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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동묘의 똑딱시계(?)

by 방가房家 2023. 5. 2.
"여행객은 이곳저곳에서 수호신의 형상을 종이에 그려 내부에 걸어놓은 작은 오두막을 보게 된다. 벽에는 한글과 한자로 적힌 기도문이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1년 360날 모든 아픔과 질병, 불운에서 구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간간이 더 커다란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어떤 유명한 전사를 기리고자 세운 것일 것이다. 건물 안에서는 아마도 쏘아보는 눈을 하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수염을 기르고 의자에 도전적인 자세로 앉아있는, 붉은색과 금빛으로 칠한 신격화된 전사의 형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숭배자들이 헌물로 바친 아주 이상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칼이 그곳을 지키려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워터베리 시계(Waterbury clock)가 조롱하듯이 짤깍거린다. 나는 전에 한 사당에서 못 신게 된 고무장화 한 짝을 신상 앞에서 본 적이 있는데, 시주한 사람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쓰레기더미에서 주웠음직해 보였다."
윌리엄 길모어, <서양인 교사 윌리엄 길모어, 서울을 걷다 1894>, 이복기 옮김(살림, 2009), 92-94.(번역 약간 수정)
 
1886년부터 1889년까지 근대 교육기관 육영공원에서 헐버트, 벙커와 함께 교사로 일했던 길모어(George W. Gilmore)는 몇 년간의 한국 경험을 정리해 책으로 썼다. 그 책의 종교 부분 서술에는 피상적인 정보도 있지만, 그의 직접 경험에서 비롯한 내용도 있다. 위의 내용에서 그가 말하는 전신(戰神)은 관우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방문한 관제묘는 동묘일 가능성이 크고. 재미있는 내용은 신단에 서양 물건이 모셔져 있다는 내용. 그가 직접 본 것이고 실제 상황이었을 것이다. 워터베리 시계라니! 필자의 눈에는 소박해 보일 수 있겠지만, 당시 한국 상황에서 엄청난 귀중품을 봉헌한 것이다. 더구나 고장 안 난 것으로. 필자는 책 다른 부분에서 한국인이 서양 시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107) 고무장화를 바쳤다는 진술도 흥미롭다. 무당이 신에게 시바스리갈을 올리는 것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물 건너온 새 물건을 신에게 바치는 장면이 19세기말 기록에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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