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은 이곳저곳에서 수호신의 형상을 종이에 그려 내부에 걸어놓은 작은 오두막을 보게 된다. 벽에는 한글과 한자로 적힌 기도문이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1년 360날 모든 아픔과 질병, 불운에서 구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간간이 더 커다란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어떤 유명한 전사를 기리고자 세운 것일 것이다. 건물 안에서는 아마도 쏘아보는 눈을 하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수염을 기르고 의자에 도전적인 자세로 앉아있는, 붉은색과 금빛으로 칠한 신격화된 전사의 형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숭배자들이 헌물로 바친 아주 이상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칼이 그곳을 지키려는 듯이 보이는 반면에, 워터베리 시계(Waterbury clock)가 조롱하듯이 짤깍거린다. 나는 전에 한 사당에서 못 신게 된 고무장화 한 짝을 신상 앞에서 본 적이 있는데, 시주한 사람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쓰레기더미에서 주웠음직해 보였다."
윌리엄 길모어, <서양인 교사 윌리엄 길모어, 서울을 걷다 1894>, 이복기 옮김(살림, 2009), 92-94.(번역 약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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