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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심한 말씀들

by 방가房家 2023. 5. 28.

 
성서 뒤쪽에, 맨 마지막은 아니고 요한계시록의 바로 앞 편에 보면 한 두장짜리 작은 책들이 달랑달랑 붙어있다. 학술적으로는 공동 서신(Catholic Epistles)이라고 분류되는 작은 책자들. 이 녀석들 중에는 신약성서에 포함 될랑말랑 하다가 간신히 막차타고 경전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많다. 저술 연대가 상당히 후대이고 특정 신앙공동체의 의견을 담은 것이 많은 탓이다.
이들 책들은 예수 시대가 거의 백년이 지난 후에 쓰인 것들이라고 추정된다. 백년이면 기독교라는 새 종교가 상당히 성장했을 때이다. 그래서 이 책들엔 당시 종교의 변화상이 담겨있고, 종교사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 중 도드라지는 것은 당시 시점에서만 해도 신학적인 이견들이 많이 표출되었다는 것. 어떻게 예수를 믿는 것이 제대로 믿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고, 정통과 이단이라는 분류가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 후기의 성서 책들에는 유난히 꾸짖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이단을 꾸짖는 이야기들은 디모데서, 베드로 후서, 요한 1, 2서 등등 많이 나오는데, 특히 유다서(Jude)는 짥막한 책 전체가 신학적 공격으로만 뒤덮여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만을 생각하면서, 염치없이 먹어 대므로, 여러분의 사랑의 식탁을 망치는 암초입니다. 그들은 바람에 밀려다니는 구름 곧 비를 내리지 않는 구름이요, 가을이 되어도 열매 하나도 맺음이 없이 죽고 또 죽어서 뿌리째 뽑힌 나무요, 자기들의 수치를 거품처럼 뿜어올리는 거친 바다 물결이요, 길을 잃은 별들입니다. 짙은 어둠이 영원히 그들에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불만에 쌓여서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이요, 자기들의 욕심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입으로 허풍을 떨다가도,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남에게 아첨을 합니다. (12-16절, 표준새번역)
이런 식의 신학적 저주들이 성서 뒷부분을 채우게 되는 것은, 당시의 교회 내적 외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나, 느낌이 좋지 않다. (이러한 위기 의식과 대결구도는 성서 마지막 편인 요한계시록에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극한 내용들이 경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바람에, 기독교의 역사가, 문화가 얼마나 격한 것이 되었는지, 감상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이단에 대한 욕설은 지극히 당연시된다. 위와 같은 구절들이 성서에 넘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자적인 신앙이 이루어지는 한국 교회에서는, 복음서의 예수 말씀이나 후대의 신학적 주장이나 (둘 다 하느님 말씀이라 여겨지므로) 동일한 무게로 중요시되는 이상한 믿음이 정당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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