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배움/얻어배우는 것

생활난의 원인을 말해주는 창세기

by 방가房家 2023. 4. 27.

일본 그리스도인과 ‘생활’이라는 특이한 주제에 끌려 들어갔던 발표회. 일본 여성 근대교육가로서 유명한(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 하니 모토코(羽仁もと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계부라든지, 가정잡지, 교육 등 다소 독특하면서도 우리 생활과 무관하지 느껴지지 않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게 흥미로운 것은 그녀의 ‘타이트’한 생활 관념이 기독교 신앙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

발표자는 하니 모토코의 신앙이 ‘독특하다’고 표현하였는데, 그 독특함은 창세기에 대한 그녀의 독창적인 해석에서 잘 드러난다. 그녀가 창세기에서 읽어내는 주제는 ‘진보를 위한 싸움’이다. 그녀에 따르면 태초에 아담과 이브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영성의 눈을 떠서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중에 사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만족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를 고민하고 “하느님 아버지가 그들에게 어떠한 것을 바라고 계신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이 ‘틀’에 갇혀서 긴장감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가 선악과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느님은] 자신들이 보기 민망한 나체라는 것을, 우선 자신이 깨닫고 입은 것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그들(아담과 이브)의 생활을 시작하게 하려고 생각하셨던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선악과를 먼저 문제로 삼아, 다양한 연구를 하는 것으로부터 그들의 생활이 모두 순서 적절하게 발달하도록, 하느님의 경륜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악과를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았던 두 사람에게는, 입을 것이 될 만한 것을 발견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악마 때문에 갑자기 선악과를 먹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체를 부끄러워하는 지혜가 생겼어도 입을 것을 찾아볼 힘도 지식도 없었던 것입니다. 아담과 이브의 생활난은 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창세기는 ‘생활난’의 기원신화로 이해된다. 이것은 20세기초의 근대화 과정이라는 ‘지금 여기’를 설명해주는 신화이다. 삶이 계발되지 못했음(혹은 치밀하게 조직화되지 못했음)에 대한 채찍질이 이 신화 이해에 스며들어 있는데, 이것은 근대화의 종교로서 이해된 기독교 해석의 독특한 예라고 할 만하다. 막스 베버가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관련시킬 때 “시간이 돈임을 잊지 말라.”로 시작되는 프랭클린 자서전을 인용한 것이 유명한데, 하니 모토코의 기독교는 비슷한 맥락에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훈육의 태도에 있어서는 더 지독하다. 발표자의 박사논문에서 인용된 내용이라 접근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논문을 준비하면서 몇 해 전에 발표한 글에 해당되는 내용이 정리된 부분이 있다.
(이은경, “하니 모토코의 신앙과 전쟁”, <<일본사상>> 7(2004), 161. 파일:Lee_HaniMotoko.pdf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