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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스미스 선생의 뒤르케임 가르치기

by 방가房家 2023. 4. 25.

종교학 수업에서 뒤르케임의 책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논의한 <<Teaching Durkheim>>(Oxford University Press, 2005)이라는 책이 있다. 뒤르케임주의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뒤르케임의 팬인 나로서는 흥분되는 내용이 많은 재미있는 책이다. 사회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과 종교학 교실에서 뒤르케임을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종교학 전통에서 뒤르케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어떤 맥락이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에 대한 몰이해를 씻고 책 안의 통찰을 살아있는 것이 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학 개론 수업에서 뒤르케임을 다루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들이 실려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테크닉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요즘의 종교학 흐름이 뒤르케임의 재발견이라는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뒤르케임을 어떻게 가르치냐는 논의는 뒤르케임을 어떻게 다시 읽느냐에 대한 실질적인 안내라는 점에 배울 것이 많다. 이 책에 조너선 스미스가 필요한 내용만 담은 매우 짧은 글("Intoruducing Durkheim")을 써놓았다. 몇 대목 메모해 놓는다.


1. 영어번역
<<종교생활의 원초 형태>>의 영어 번역은 4종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읽었던 것은 스와인의 1915년 번역인데, 현재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필드의 1995년 번역이라고 한다.(이 책도 제본을 해놓아야 겠다.--) 최근에는 코즈만의 번역(2001)도 나와 있는 상태다. 스미스는 필드의 책이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권한다. 옛 번역(1915)은 오타와 같은 부분적인 실수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프랑스 원본의 느낌이 사는, 버리기는 아까운 번역이라고 한다.

2. 읽을거리
물론 <<원초 형태>>가 중심이다. 다른 보충 읽을거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사용한다고 한다.
뒤르케임이 성과 속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종교를 설명하려 했던 작업에 대해 비슷한 용어로 다른 식의 작업을 한 학자와 비교하려면 엘리아데의 <<성과 속>>, 로제 카이유와의 <<인간과 성>>을 읽는다. 뒤르케임이 지녔던 이전의 물음들 중 사회 사상에 대한 것으로 <<The Rules of Sociological Method>>가 적당하며, 종교학적인 이전 물음에 대해서는 <<Physics of Morals and Rights>>에 실린 세 편의 강좌 “Right of Property”가 처음 읽기에 좋다. 사회학에 관한 것이든 종교학에 관한 것이든 <<사회분업론>>을 처음으로 읽는 것도 좋다. 뒤르케임 학파에 관해서는 뒤르케임주의의 ‘낯설게하기’의 힘이 잘 나타난 책인 워너(W. Lloyd Warner)의 <<The Living and the Dead>>가 유용하다. 이론의 전통으로 논의를 확대한다면, 레비-스트로스의 <<Totemism>>과 <<원시적 사고>>가 포함되며, 보다 개론적인 목적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강연, "The Scope of Social Anthropology"(<<Structural Anthropology>> 2권에 들어있음)이 좋다.

2-1. 다음의 글인 이반 스트렌스키의 글에서도 흥미로운 읽기 목록이 있다. 스트렌스키는 뒤르케임에 대한 흔한 오해, 예를 들어 개인보다는 사회를 중시하는 학자라는 식의 이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드레퓌스 사건 때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며 발표한 글, "Individualism and the Intellectuals 1898"을 학생들과 함께 읽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또 스트렌스키는 뒤르케임 학파가 공헌한 주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뒤르케임은 도덕성, 의례, 민족주의에 대해서. 앙리 위베르, 마르셀 모스, 조르쥬 바따이유는 선물과 희생에 대해서. 모리스 알박스(Halbwachs)는 기억에 대해서. 미첼 레리(Leiris)는 일상 생활의 성스러움에 대해서. 로베르 에르츠(Hertz)는 순례, 성소, 성인에 대해서. 등.

3. <<원초 형태>> 읽기

책을 읽기 전에, 학생들에게 종교, 성과 속, 교회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려보게 한다. 그런 다음 <<원초 형태>> 앞부분 종교 정의 부분을 읽으며 비교하고 뒤르케임의 문제제기 방식을 이해하게 한다. 뒤르케임은 어떤 종류의 정의를 사용하는가? 왜 종교 정의가 잠시 유보되었는가? 논증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왜 종교는 사회의 용어로 정의되는가? 왜 가장 간단하고 원시적인 사회를 다루는가? 등.
읽어가면서 뒤르케임 논의 결정적인 전환지점을 발견하도록 한다. 그 중요한 예는, 뒤르케임이 기호의 자의성(다시 말해, 상징은 자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논증하고 성스러움이 부가(superadd)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추링가 위의 표시에 대해 언어학적인 유비를 사용하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 와서야 오스트레일리아 자료의 도입이 갖는 중요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주변의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서 텍스트에 대한 비평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예컨대 나치의 선전 영화 <The Triumph of the Will>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미국의 유명한 재판 사례를 검토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종교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논하는 등의 토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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