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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레그, 기독교와의 관계에서 본 유교

by 방가房家 2023. 4. 16.

Legge, James, Confucianism in Relation to Christianity [A paper read before the missionary conference in Shanghai, on May 11th, 1877] (Shanghai: Kelly & Walsh, 1877). 파일: Legge_Confucianism_to_Xianity.pdf

선교사 출신의 중국학자 제임스 레그가 중국 선교회에서 발표한 글. 짧지만 레그의 신학적 태도가 잘 요약되어 있으며, 선교사들 사이에서 큰 논쟁이 되었던 발표였다. 이 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지라드로(Norman Girardot)의 책 <<The Victorian Translation of China>>의 218-227을 볼 것. 전후 상황 및 선교사들의 논란에 대해서는 210-218, 227-234를 볼 것.

레그의 발표문의 골자는 “유교 경전에 담긴 종교적, 도덕적 가르침”이다. 이 내용은 다음 셋으로 구성된다. (1)하느님과 다른 종교적 예배의 대상에 관해 말하는 내용[신론] (2)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미래 상태에 관해 말하는 내용[인간론] (3)인간의 도덕적 사회적 의무에 대해 말하는 내용[윤리]. 신론, 인간론, 윤리라는 세 내용은 사실상 레그가 생각하는 종교의 정의에 가까울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내용은 “유교는 종교인가?”라는 케케묵은 선교사 입장에서의 질문에 대한 선교사 레그의 긍정적인 답변의 내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1)하느님과 다른 종교적 예배의 대상에 관해 말하는 내용
(a) “유교에서는 하느님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 선교사들은 더 완전한 기독교 진리를 제시하기 위해서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3)
(b) 유교 경전에는 다른 신앙 대상에 대한 내용들도 있다. “태초부터 중국에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가 있었지만, 다른 존재에 대한 예배와의 부패하고 타락한 혼합도 함께 있었다.”(4)

레그의 하느님론은 예수교 선교사들의 보유론(補儒論)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 종교에서 상제에 관한 부분은 순수한 것, 나머지는 타락한 신앙으로 분류하는 것은 물론 선교사 특유의 작위적인 구분인데, 이렇게 순수한 신앙과 타락한 신앙의 혼합 상태를 설명할 때 반가톨릭적 논리를 사용하는 대목에서는 개신교 선교사의 특징이 나타난다.

“물론 선교사들은 열등한 존재에 대한 이 모든 예배들을 비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유교에서는 하느님과 그들[열등한 신앙 대상] 사이의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 체제가 중국 제국 전체에 완전히 알려진다면 그들을 섬기는 예배는 사라질 것이다. 성인과 천사를 모시는 로마 가톨릭의 예배가 기독교에 반하는 것인 것처럼, 그들을 섬기는 예배는 기독교에 반하는 것이다. 아마 그 예배의 흔적은 기독교화된 중국의 예배 문헌과 지침에 오래도록 남긴 할 것이다. 이것은 영국과 다른 개신교 국가에서 우리 조상들의 교황의 잘못의 흔적이 오늘날까지도 문헌과 교회 지침에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6)


(2)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미래 상태에 관해 말하는 내용
(a) 인간의 영(靈) 개념을 인정한다
(b) 하느님으로부터 착한 본성을 부여받았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죄의 측면을 이야기하지는 않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유교의 이 측면을 보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레그에서는 이 정도로 이야기하고 넘어가지만, 다른 선교사들은 매우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원죄론을 강조하는 개신교 선교사들에게 성선설(性善說)은 아르미니우스보다 더 심한 ‘이단’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c) “유교는 인간의 불멸성을 가르치지도 않지만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유교에는 결함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유교가 기독교에 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모세오경이 기독교에 적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유교도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8) 결함이 있되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이다. 이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유교 경전은 구약 성서와 비교되는데 과감한 비교이다. 유교는 적대적이지는 않은 반면에, 불교는 적대적인 종교라고 공격한다. 불교에 대한 강한 공격을 지렛대삼아 유교의 위치를 인정하는 보유론적인 논리가 활용되고 있다.


(3)인간의 도덕적 사회적 의무에 대해 말하는 내용
레그는 유교 윤리가 일부다처제와 같이 조금 어긋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율법과 복음 모두와 조화되는 내용”이라고 평가한다.


이상의 논의를 마무리지으면서 레그는 중국 선교에서 핵심적인 포인트를 지적한다. 비록 해결책까지 나온 것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 선교에서 기독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을 정확히 짚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중국인의 마음속에, 십자가 교리를 받아들이는데 가장 중요한 죄의 감각을 일깨우느냐의 문제는 결정하기 쉽지 않다.”(11)


그리고 그의 마무리 멘트. 노련한 문장이다.

“선교사들이 무례하게도 수레를 성현의 묘소 위로 밀어올리는 일을 피하면 피할수록, 우리는 더 이르게 중국 사람들의 마음속의 방에 예수가 등극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12)


동아시아 전통의 입장에서 볼 때 레그의 발표 내용은 선교사 입장의 유교론에 불과하겠지만, 선교사 그룹에서 이런 ‘자유주의적’ 태도는 격분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이 학자와 선교사 어느 쪽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한 레그의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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