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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나는 축복받았지만 너는 버림받았다.

by 방가房家 2023. 4. 16.

"나는 축복받았지만 너는 버림받았다." (i am blessed but you are damned)라는 제목의 이 글은 흑인들의 회심 이야기(conversion narrative)를 모아 놓은 [God Struck me Dead]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다. (p.15-18.) 모르테라는 한 흑인의 회심 체험을 진술하고 있는 글이다. 한 노예가 하느님을 체험하고 전도사(혹은 설교자. preacher)가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당시 상황에서 예외적인 이야기이다. 어느 백인이 자기 노예의 종교 체험에 감복하여 그를 전도사로 풀어주었겠는가... 하지만 예외적인 동시에 흑인으로서의 체험이 행간에 절절히 배어있어 역사적인 맥락에 의한 해석을 요구하는 글이기도 하다. 한줄한줄 많은 양의 해석을 요구하는 텍스트인데, 일단은 번역하여 올리기만 하였다.

상당히 인기가 많았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모르테가 직접 진술한 것을 받아적은 이야기가 아니고, 남부 흑인들 사이에 구전되던 것을 1920년대에 기록한 것이다. 실제 이야기는 노예 제도가 존속하던 시절의 것이니 1800년대 후반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흑인으로서의 경험이 어떻게 그들의 종교 경험에 배어 있는지, 반대로 요한계시록과 같은 텍스트들이 어떻게 그들 삶에 배어 있는지 등등의 여러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이 이야기와 직접 관련은 없다.)

어느 날 밭에서 일을 하다가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그게 옥수수를 더 갈아 일구라고 주인이 와서 혼내고 채찍질하려는 소리인 줄 알고 놀라 뛰었습니다. 그러나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 목소리가 “모르테(Morte)! 모르테!”하고 날 불렀습니다. 이 소리에 저는 일을 멈추고 쟁기를 떨어뜨리고는 도망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계속 해서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이야, 날 보는 것을 두려워 말아라. 나는 진리의 메시지를 전해주러 왔단다.”
모든 것이 어두워졌고, 나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프기 시작했고, 크게 신음했습니다. 소리치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내가 새로운 세계(new world)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나무와 동물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심지어는 내가 마시려던 샘물까지도 소리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축복받았지만 너는 버림받았다! 나는 축복받았지만 너는 버림받았다!” 이 소리에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고, 내면에서 목소리기 울려나왔습니다. “자비! 자비! 자비!”
내가 기도할 때, 천사가 다가와 나를 만졌고, 나는 새로워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내 손을 보았는데 새로웠습니다. 발을 보았는데 새로웠습니다. 나는 내 낡은 몸뚱아리가 거미줄같은 작은 망 옆에 불구덩이 위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다시 기도했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의 작은 아이야, 나는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해 왔단다. 오늘 너는 살아났고 지옥으로부터 벗어났다. 너는 주님을 위해 선택받은 그릇이다. 내 앞에서 곧게 서거라, 그러면 너를 모든 진리로 인도하겠다. 나의 은총은 네게 넘칠 것이다. 가거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복음을 전하거라, 내가 너와 함께 전할 것이다. 이제부터 너는 이 땅의 소금이다.”
나는 소리치고 박수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내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나는 너무나 기쁘다! 나는 너무나 기쁘다!” 이 때 천사가 나타나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느님을 찬양하라! 하느님을 찬양하라!” 동쪽을 보았는데, 커다란 옥좌가 높이 들리고, 거기에 하느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그 분은 오른편도 왼편도 쳐다보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두려워 엎드렸습니다. 엎드려 있는 동안 하느님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의 작은 아이야. 두려워 말아라. 너를 통해 많은 놀라운 일들을 행할 것이다. 안심하고 가거라.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다.” 이것은 모두 그 분이 입을 열지 않은 채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옥좌에서 “아멘”이라는 외침이 있었습니다.

그 후 나는 내 자신으로 돌아와 소리치며 기뻐하였습니다. 한참 후 나는 내 진짜 감각을 회복하였고, 내가 밭을 갈고 있었으며 말은 쟁기를 단 채 도망갔고 때문에 옥수수가 질질 끌려 많아 상해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두려워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옥수수들을 갈아엎은 것을 알면 내 주인이 사정없이 채찍질을 할 것을 알 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무렵 주인이 밭에 왔습니다. 나는 매우 대담해져 주인의 부름에 대답했습니다. 그는 어찌해서 옥수수가 넘어져 있으며 말과 쟁기는 어디 있으며 왜 내가 그리 굼뜨게 행동하는지를 매우 거칠게 물어 왔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전능하신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하느님이 옥수수를 갈아엎은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를 매우 이상하게 쳐다보았는데, 나는 갑자기 소리치게 되었고, 소리쳐서 말씀을 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어들이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전도가 끝나자, 나는 큰 만족을 느끼고 내가 맞게 될 채찍질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 주인은 나를 보더니 부르르 떠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나에게 말을 잡아다 창고로 가져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나는 말을 찾으러 가다가 옥수수밭 이랑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나는 다시 약해져서 채찍질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랑을 타고 조금 가다가, 나는 기절하여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환시 속에서 나는 커다란 언덕을 보았고, 그 옆에 혹은 그 아래에 가브리엘 천사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윽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큰 산만한 너의 죄를 보아라. 그러나 그 죄는 사라질 것이다. 안심하고 가거라. 누구도 두려워 말아라. 나는 너의 더듬거리는 혀를 풀어주고 너의 가는귀를 열어주었다. 너는 증인이 될 것이며, 많은 이들에게 말할 것이며, 또 그들은 너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나의 말이 선포되었고, 그것은 힘이다. 굳세어라.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너와 함께 있다. 아멘.”
내가 바라보았을 때 가브리엘 천사가 손을 올렸고, 산처럼 서 있던 내 죄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이 커다란 구덩이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들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나는 늙은 사탄이 자기 천사들과 함께 구덩이에서 뛰어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혀를 내게 들이대고 손을 올려 나를 구덩이에 끌고가는 듯한 동작을 해보였습니다. 나는 소리쳤습니다. “주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번쩍하더니 더 많은 수의 한 무리의 천사가 내 뒤에 나타나 바깥 쪽 세상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구덩이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늙은 사탄과 그의 천사들은 화나고 두려움에 떨며 구덩이로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한 목소리에 내게 말했습니다. “안심하고 가거라. 두려워 말아라. 나는 너를 보호하는 강한 팔을 보냈다. 너를 억압하는 자들은 너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네 적들이 너를 먹여 살리고 너를 경멸하는 자들이 너를 이해하도록 만들 것이다. 기뻐하고 감사하라. 나는 너를, 믿음에 의한 은총을 통해, 너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에 의해 구원하였느니라. 강해져라. 두려워 말아라. 아멘.”
나는 땅에서 일어나 소리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내 안에서 외침이 울렸습니다. “주님은 성스러우시다! 성스러우시다! 성스러우시다!”

한 시간 이상 이 황홀경(trance)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나는 창고로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주인을 만났습니다. 다시 나는 주인에게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짐을 벗는 듯한 기분이었고 전도만이 나의 유일한 위안인 것 같았습니다. 끝마쳤을 때 나는 마음으로 커다란 사랑을 느끼고 엎드려 땅에 입맞추고 싶었습니다. 주인은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돌아서서는 갈라진 목소리로, “모르테, 나는 네가 전도사라는 것을 믿는다. 이제부터 너는 여기 계곡 옆 오래된 헛간, 내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교할 수 있다. 그리고 내일 일요일 아침, 내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설교하여라. 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큰 집 앞, 아침 9시에 나오너라.”
나는 너무 기뻐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나는 주인께 감사드리고 나서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 분이 나와 함께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밤새도록 기뻐 복음을 전하며 통나무집 사이를 오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약속한 시간에, 나는 큰 집 현관 앞 두 장의 판자 위에 올라서서 성경이나 아무것도 없이 내 주인과 사람들에게 설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 생각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 말의 속도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내 영혼은 불붙었고, 이윽고 모두가 울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 분은 나를 그 분의 비길 데 없는 사랑의 증표로 나를 선택해 올리셨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이 다시 태어나서 그들의 영혼이 지옥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복음을 전해왔고 조금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모든 이들에게 한밤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계신 하느님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은 내 가슴 속에 쓰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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