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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시애틀 추장 2: 종교에 관한 한 연설

by 방가房家 2023. 4. 16.

시애틀 추장이 남긴 다른 연설문이 있다. 1855년 토지 조약을 맺을 때 남긴 연설로, 백인의 종교와 조상의 종교를 대조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연설문 역시 20년 넘게 구전되다가 백인에 의해 기록된 글이라 얼마나 시애틀 추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논란을 떠나서, 연설의 내용 자체는 참 아름답고 서글프다. 기독교와 자기 조상의 종교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래의 인용은 그 연설을 요약한 것이다.

1. 당신들의 종교는 잊어버리지 말라고 성난 하느님의 철의 손가락으로 석판 위에 쓰여졌다.
2. 붉은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었다.
3. 우리의 종교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4. 고요한 밤시간에 노인들의 꿈속에 위대한 정령들에 의해 주어졌고, 우리 사람들의 마음에 쓰여 있다.
5. 당신들의 망자는 무덤의 문을 지나자마자 당신들과 태어난 땅을 사랑하기를 멈춘다. 그들은 별 너머로 멀리 사라져 곧 잊혀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6. 우리의 망자는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이 아름다운 세상을 결코 잊지 않는다.
7. 굽이치는 강, 커다란 산, 물러나 앉은 골짜기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생명들에 따스한 마음을 품으며, 가끔은 생명들을 위로하고 인도하러 돌아온다.
8. 우리는 당신들의 제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마음이 정해지면 이야기할 것이다.
9. 그러나 우리가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대로 우리 조상, 친구, 아이들이 묻힌 무덤을 찾아갈 수 있는 특권을 보장받는 것을 지금 여기 첫 번째 조건으로 해야 한다.
10. 이 땅의 모든 부분은 우리 사람들에게 성스럽다. 모든 언덕, 골짜기, 평원과 길에 우리 부족의 사랑스런 기억과 슬픈 경험들이 어려 있다.
11. 조용한 해변에서 홀로 햇볕에 지쳐 말없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조차도 우리들과 관련된 과거 일들에 대한 기억에 부르르 떨고 있다.
12. 마지막 붉은 사람이 이 땅에서 사라질 때도, 백인에 대한 그의 기억은 신화가 되어, 내 부족의 보이지 않는 망자들과 함께 이 해안에 가득 찰 것이다.
13. 들에서, 창고에서, 가게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길 없는 숲 속에서 당신의 아이의 아이들이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할 때에도,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이 땅에서 고독에 할애된 자리는 없다.
14. 밤에 당신들 도시와 마을의 거리가 적막하고 버려진 것처럼 보일 때에도, 거리는 이 아름다운 땅을 채웠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주인들의 돌아옴으로 고동치고 있다.
15. 백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내 사람들을 바르고 친절하게 대해주시오, 죽은 자는 무력한 것이 아니니까.
16. 죽음, 그렇게 내가 말했던가? 죽음이란 없다. 다만 세계의 변화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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