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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이미지

선드블롬의 코카콜라 산타 이미지

by 방가房家 2023. 4. 11.

어제 밤에 산타 할아버지도 안 왔던데... 궁시렁거리며 쓰는 산타 클로스 이야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산타의 이미지, 그것은 1931년부터 시작된 코카콜라의 광고에 의해 결정적으로 굳어진 것이다. 지금의 산타 할아버지 이미지, 그러니까 빨간 모자와 옷에 흰수염에 발그레한 뺨의 거구의 할아버지는 1920년대에 형성되어 코카콜라 광고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정되었다. 그 전에는 통일되지 않았다. 원래는 성 니콜라우스의 주교 이미지도 있었고, 팅커벨 계통의 초록 요정 이미지도 있었다(이 경우엔 거구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코카콜라 산타 이미지를 그린 것은 하돈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라는 스웨덴 출신의 미국 화가였다. 그는 1931년부터 1964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코카콜라의 산타 이미지를 제작하면서 지금 우리 머리 속의 산타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의 그림들을 검색해 보았다.

코카콜라와 산타 이야기는 마케팅 분야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라 우리나라에도 좀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잘 정리된 글로, 코카콜라와 크리스마스)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옷을 입혔는가>라는 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은 광고 분야의 에피소드들을 모은 책이고 그 중 산타에 대한 에피소드로부터 책 제목을 뽑은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산타에 대한 부분은 그리 자세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정보들을 잘 정리해놓은 사이트들이 많다. 이 분야는 도서관의 책들을 찾는 것보다는 인터넷 검색을 하는 데서 양질의 정보를 더 많이 얻게 된다. 여러 사이트들 중에서도 하돈 선드블롬의 코카콜라 산타에 대한 내용은 더글라스 앤더슨이라는 양반의 웹페이지에 매우 훌륭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1920년대에 이전의 엘프 이미지로부터의 산타 이미지의 변화가 생긴다. 그리하여 1927년의 <뉴욕 타임즈>(11월 27일)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표준화된 산타 클로스가 뉴욕의 아이들에게 나타났다. 붉은 옷, 모자, 하얀 수염도 그러하고, 키, 몸무게, 몸집까지 거의 표준화된 모습이었다.
이것은 코카콜라 광고 4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코카콜라 광고가 산타에게 붉은 옷을 입혔다는 것은 너무 단순화시켜 이야기한 것이고, 이러한 변화를 최종 완성시켜 광고라는 영향력있는 매체를 통해 결정화시키는 일을 코카콜라가 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진술이 되겠다. 코카콜라 때문에 붉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붉은 옷의 이미지(이것은 주교 복장의 색깔이기도 하다)를 코카콜라가 성공적으로 차용하여 제품 이미지에 결합시킨 것. 앞에 언급한 한글 책 제목에서 나타나는 단순화된 이해(내가 보기엔 광고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퍼진 생각같은데)에 대해서는 “The Claus That Refreshes”라는 웹페이지에서 차분하게 조목조목 비판해 놓았다.
그러나 선드블롬이 제작한 광고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의 작품들을 보기 전에 참고로 1920년대 노만 락웰에 의한 산타 이미지(위의 그림)를 소개한다. 거구의 남성이라는 이미지는 있는데 아직 붉은색 옷을 입지 않았으며 성인(聖人)의 풍모가 남아있다.

아래에 선드블롬이 제작한 산타 그림들을 좀 모아보았다. 워낙 오랜 동안 작업한 유명한 그림들이라 검색되는 것들이 꽤 된다. 그 중에서도 그의 산타 그림을 모아 놓은 곳으로는 The Sundblom Santas Images of Haddon Sundblom's Coca-Cola Santa 두 곳이 추천할 만하다.

선드블롬은 대중적인 화가였고, 산타 외에도 유명한 작품들이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의 성인용 그림들이다. 지금으로 치면 음란물로 분류될만한 핀업 걸 그림들을 그렸으며, 1972년에는 <플레이보이> 표지(제일 아래 그림)도 그렸는데, 그게 산타 복장을 사용한 섹시 여성의 그림이다. 과연 지금의 음란물에도 산타 복장은 요즘 시즌에 사랑받는 아이템 중 하나인데, 선드블롬은 현재의 산타 이미지를 형성한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응용한 음란물의 한 장르까지 개척해 놓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Santa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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