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언론에서 가장 활발한 광고주가 되었던 것은 제약업자들이었다. 학질에 신효(神效)한 ‘보화단’, 콜레라를 쫓는 약을 광고한 ‘북해산인’의 광고, 종기치료제 ‘이명래고약’ 등의 약 광고들이 개화기 신문에 등장했다. ‘팔보단’을 파는 이응선의 화평당약방, 이경봉의 남대문 제생당약방이 주요 광고주였다.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활명수’를 동화약방에서 내놓은 것은 1897년이었다.(동화약국의 활명수 정보) 부채표를 로고로 사용한 것은 1912년경부터였다. (마정미, <<광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 (개마고원, 2004), 25-34 참조.) “한국광고 100년”이라는 글에도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광고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약은 기독교의 전통적인 은유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서 13세기 신학자 보나벤투라는 성례(성사)의 효력에 대해서 말할 때 다음과 같이 약(연고)의 치료의 효과를 말한다.
옛 법에서는 일종의 연고들이었으나, 그것은 비유적인 것이었고 치료하지 못했다. 병은 치명적이었으나 연고를 바르는 것은 피상적이었다. … 정말로 치유하는 연고는 영적인 치료와 생명을 부여하는 능력을 모두 동반해야 한다. 그의 죽음을 통하여 성례는 생명을 회복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행한 분은 오로지 그리스도 우리 주님뿐이었다. (앨리스터 맥그래스, 최춘혁 외 옮김, <<신학의 역사>> (지와 사랑, 2001), 225.)
우리나라 개화기에 개신교는 강력한 의학적 은유로서 작용하였다. 개신교의 의료선교의 전개 과정과 조선 민중들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연구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약광고가 광고의 중요한 형태였던 19세기말, 20세기초에 기독교 복음도 약광고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이 포스트를 준비하였다. 1920년에 선교사 블레어가 사용한 쪽복음들 중 하나는 “예수의 참도리 - 죄로 죽을 병을 고치는 약이라”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약은 전통적인 기독교 은유이면서도, 개화기 개신교의 의료선교라는 강력한 배경을 갖고 있으며, 당시의 주된 광고 형태인 약광고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소력이 큰 쪽복음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