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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비숍 여사가 기술한 한국 종교

by 방가房家 2009. 1. 11.

19세기 말 서구인이 남긴 한국에 대한 기록 중에서 비숍 부인의 여행기 “Korea and her neighbours"가 유명하다.  [한국과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으로도 번역되어 있고, 다른 제목의 번역서도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비숍 부인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유명한 여행가인데, 한국에 특별히 애정을 느꼈던 것 같다.  네 번의 여행 끝에 상당한 분량의 여행기를 남겼다.  한국에 관한 기록 중 상당히 초기에 해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이후 어느 외국인이 남긴 것 못지않은 상당히 깊은 이해를 보인다.  게다가 종교적 혹은 정치적 이해를 갖지 않은 민간인 관찰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들이기에 가치있는 내용들이 많다.  물론 여행기가 한 사회를 통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은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녀 여행기에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언급이 좀 있다.  대체적으로 한국 종교문화의 퇴락한 측면들에 대한 언급이다.  주목할 것은 그녀가 종교 범주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religion" 개념을 갖고 있는 서구인으로서, 그녀는 당시 한국의 모습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점을 지적한다.  유래가 없는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의 특성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다음 대목은 여행자로서의 입장이 두드러진다.  ”딴 도시는 다 그런 거 있는 데, 왜 이 서울엔 절이나 교회가 없는 거야?  절이 그 도시의 포인트인데 말이야...“

It lacks every charm possessed by other cities.  Antiques, it has no ruins, no libraries, no literatures, and lastly an indifference to religion without a parallel has left it without temples, while certain superstitions which still retain their hold have left it without a tomb!  ... the emphasis which noble religious buildings give even to the meanest city in China or Japan is lacking.

 

이 대목은 처음 아메리카 사람들을 접한 유럽인의 반응을 연상케 한다.  1533년에 한 스페인 총독(Pedro Cieza)은 안데스 사람들에게는 종교가 없다고 하였다.  교회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  예배드릴 집이 보이지 않는다." (observing no religion, nor there is any house of worship to be found.)

 어떤 논문들에서는 비숍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서구인들이 처음에는 “한국에는 종교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인용은 잘못된 것이다.  조금만 신중히 살펴보아도 비숍 부인의 생각은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없어 보인다”고 했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표현 이면에는, 외형상 두드러지지는 않고 기존 개념의 적용이 혼란스럽기는 해도 엄연한 종교적 생활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As there are no temples, so there are no other signs of religion, and the hasty observer would be warranted in putting down the Koreans as a people without a religion.  Ancestral worship, and a propitiation of daemons or spirits, the result of a timid and superstitious dread of the forces of Nature, are to the Korean in place of a religion.



이 여행기에는 무교에 대한 기록이 두 장(章)에 걸쳐 언급되어 있다.  그 끝맺음이 흥미롭다.  비숍 여사는 한국의 무교 신앙에 대한 언어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저 “귀신 위한 굿”이라는 말이 있음을 어렵사리 한국말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불도, 유도, 선도는 있는데 귀신 신앙에 대해서는 도(道)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지적이다.  지금의 한국 학계에서도 무속이라는 명칭과 무교라는 명칭이 혼재되고 있다.  무교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무속이 폄하하는 용어라고 한다.  백년이 지나도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이 용어의 문제점을 비숍 여사는 내다보기라도 한 것일까.

 

The Koreans, it must be remarked, have no single word for Daemonism or Shamanism.  The only phrase in use to express their belief in daemons who require to be propitiated is, Kur-sin wi han-nan Köt (the worship of Spirits). Pulto is Buddism, Yuto Confucianism, and Sönto Taoism, but the termination To, "doctrine," has not yet been affixed to Daem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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