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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세상의 원일이들

by 방가房家 2023. 5. 22.

1.
작가 김원일(65세)은 2007년에 장편소설 <<전갈>>을 내며 꾸준한 활동을 보였다. 지금까지 내 독서 목록에서 이 중견작가의 작품은 없었다. 다만 드라마로 <<마당깊은 집>>을 본 것이 전부다. 내 독서 성향상 앞으로도 이 분의 책을 읽을 일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 3호선에서 계속 보게 되는 성형외과 광고가 있다. 위드 성형외과. 남자 셋이서 부담스러운 얼굴을 들이밀며 성형외과 광고를 하는 역발상이 참신한 이 광고의 주인공 중 하나는 원장 유원일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성형외과 원장이니, 뭐, 잘 살고 있겠지.
원일이들 중에서 꽤 유명한 원일이가 나온 쪽은 손씨이다. 손원일(孫元一, 1910~1980)은 대한민국 해군을 건설했고, 초대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군인이다. 또 성우 손원일이 있다. 손원일은 문화방송 성우극회 소속 성우로, 현재 CSI과학수사대 시즌 5 에서 라스베가스 경찰서의 형사 바탄 역을 맡고 있다. 그의 팬카페 이름은 “레인보우 원일”이다.
처음에 내 이름을 이야기할 때 “방원일”이라고 말하면 절반 정도는 “박원일”로 알아듣는다. 박원일로 오인 받은 일이 많은 나로서는 그에 대해 묘한 감정을 지닐 수밖에 없다. 박원일을 검색해면 교회에 관련된 문서가 많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객원교수로 구약학을 전공하는 박원일(Aaron)이 있다. 그리고 성가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원일이 있다. 어느 개신교 잡지의 일부이다.
또한 찬양단장이신 박원일 권사는 "단원 모두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으며, 음악성이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백원일은 선교사이다. 그는 애리조나 바로 북쪽에 있는 유타에서 북미원주민들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편지이다.
백원일 선교사 -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11.05.2006
할렐루야!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벌써, 이곳 유타주 나바호 인디언보호구역에는 차거운 바람이 불고있습니다.
첫번째 사랑의 집으로 짓고있는 목사관공사 현황은, 뚝 떨어진 기온으로인해 외벽 시멘트가 잘 마르지않아 공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밤에는 처마에서 땅 까지 비닐을 씌워서 얼지않도록 하며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비가 오기전에, 눈이 오기전에, 공사 완료 할 수 있도록 기도 해 주세요. 실내 드라이월 공사 와 카펱,부엌싱크대공사를위해 4천오백불정도 공사비가 필요합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유타, 모뉴멘트 벨리에서 백원일 선교사 올림
다른 원일이들도 많겠지만, 최근에 잘나가는 원일이 하나만 더 언급한다. 얼마 전 프로축구 드래프트에서 제1지명으로 제주팀에 뽑힌 윤원일이다. 상대적으로 무명이었던 윤원일은 중앙수비수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또한 이번에 박성화에 의해서 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다.

2.
원일을 이름으로 하는 상호(商號)들은 너무나 많다. 구글로 검색해보면 관련 검색어로 뜨는 것만 해도 이렇다.
원일유치원 원일전자 원일상사 원일음향 원일초등학교
원일산업 원일중학교 원일식품

원일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원일인의 선서”가 눈에 뛴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울산 광역시 남구에 ‘원일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원일인의 선서 :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연구 노력하는 사원이 되겠습니다
저희 원일기업은 압력용기제작,산업용 보일러 및 열교환기, 화학세정, 보일러 Tube교체,각공장 정비시 정비대행업,신설 프랜트를 설치하는 전문업체로써 우수한 인력과 첨단장비등을 갖춘 21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입니다.

또 하나 자랑할 만한 원일표는 원일식품이다. 내 이름 한자를 로고로 사용한 것이 돋보인다.
원일식품 입니다. 1980년도부터 냉면 및 쫄면만을 전문으로 제조 판매한 면류제조(냉면전문)전문 업체입니다. 원일식품은 냉면만을 전문 제조하여 기술력과 노하우면에서 인정받으며 그 맛과 전통을 이어가는 업체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나열 역시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내 주변에서 만나는 원일들만 간단히 언급하겠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낙성대역 마을버스 승차장 뒤에는 최근에 건물이 하나 새로 들어섰다. 아마 빵집이 잘되어서 건물을 확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 건물을 시공한 업체가 (주)원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이다. 정류장에서 50미터 정도 서쪽에는 제본집(우리나라 학문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원일문화사가 자리한다. 요즘 학교 식당의 식수대는 정수기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스댕으로 만든, 보온 기능이 있는 구형 식수대는 원일표이다. 두꺼비 마크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도 학술행사에서 프론트에 커피 타먹으라고 뜨거운 물을 준비해 놓을 때 애용되는 식수대이다.

3.
"방원일"들도 꽤 있다.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친구도 보이고, 한세실업 전무이사 방원일(1946년 생)도 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인데, 그것은 시흥에서 교통순경을 하는 방원일씨에서 잘 드러난다. 그 분의 게시판 답변 중 일부이다.
안녕하십니까?
시흥경찰서 교통지도계 경장 방원일 입니다.
귀하께서 지적하신 개인 사생활 노출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곧바로 이미 답변처리 했던 부분을 수정하여 익명으로 처리 하였습니다. 귀하의 직업 및 현재 직장을 특정하는 듯 글을 쓴 것에 대해 제가 좀더 사려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귀하의 신호위반 지적에 대하여는 기 답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돋보이는 방원일은 광진구 환경미화원 방원일씨이다. 그는 일하다가 거액의 돈을 주운 뒤 바로 주인을 찾아주어서 신문에 보도되었다. 2003년 6월에 있었던 일로, 이 미담은 인터넷상에서 꽤 유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믄 미담이라고 그런지 게시판에 많이 퍼날라진 것이다. 아래는 간단한 신문 기사이고,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에서 더 자세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쓰레기더미서 주운 거액 돌려준 환경미화원
환경미화원이 재활용품 수거 작업 중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거액을 주인에게 돌려줘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선행의 주인공은 서울 광진구 자양2동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원일(40)씨.
23일 광진구에 따르면 방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께 자양2동 버스종점 앞 골목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다 학생용 검정색 가방에서 1만원짜리 지폐 100여장과 10만원짜리 수표 등 1천200만원이 든 지갑을 발견, 곧바로 파출소에 신고했다. 이에 길거리에서 전화통화를 하던 도중에 거금이 든 가방을 남자 2명에게 날치기당해 안절부절못하던 돈 주인 강모(37)씨에게 되돌려 줄 수 있었다. 강씨는 자신이 날치기범들을 뒤쫓아가자 범인들이 다급한 나머지 지폐 일부만 꺼내고는 가방을 내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중곡동의 21평 연립주택에서 부인과 1남1녀의 가족과 단란하게 생활하고 있는 방씨는 "환경미화원들이 비록 어렵게 살고 있지만 진실한 이들이 많다"면서 "아마 다른 미화원이 돈을 주웠어도 주인을 찾아줬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세상의 원일이들이여, 올 한 해도 좋은 활약들 보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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