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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적 의료: 종교와 의미

by 방가房家 2023. 5. 17.

종교를 통한 인간 이해가 의료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다음 글은 이런 문제에 대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필요한 내용이라 일부를 번역하였다. 글에서는 다음 세 항목에 걸쳐 서술한다. (1)의미의 원천으로서의 종교 (2)가치의 원천이자 틀로서의 종교 (3)인간 다양성 평가에서 중요한 맥락으로서의 종교. 아래는 이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의 번역이다.


“Toward a Person-centered Medicine: Religious Studies in the Medical Curriculum,” <Academic Medicine> 70-9 (1995), 807-8.
 

(1) 종교와 의미

 
병은 몸이 아니라 사람에게 닥친다. 그러므로 병의 의미는 생물학적으로biologically 뿐 아니라 일생사적으로biographically 이해되어야 한다. 병은 의미의 위기이다. 그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의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환자는 증세의 의미를 찾는다.(이 증상들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환자는 병이 함축한 뜻을 찾는다.(나의 병이 나에게 경고하는 것은 무엇인가?) 환자는 인과적 설명이나 정당화를 찾는다.(왜 나인가?) 환자는 현실이나 병의 위협을 진행 중인 삶의 그림과 삶의 이야기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이 병이 주어진다면,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의미의 구성은 개인적 인식과 상상의 자원들을 일반적으로 문화에 의해 주어진 이미지와 도식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과 관련된다. 병의 경우 의사의 ‘공식적인’ 의학적 설명이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단 하나의 방식이 되는 법은 없다. 환자는 스스로의 설명 모델이나 “탓”을 갖는데, 이것은 과학적 설명과 보완적이거나 충돌한다. 의사에게 진료의 중요한 임무는 환자의 설명의 틀을 이끌어내고, 의학적 해석과 비의학적 해석 사이의 필수적인 (그리고 가능한) 합의를 찾아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 전통은 병의 사실, 기원, 함의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문화적 의미와 이미지들의 가장 강력한 원천의 하나이다. 병의 기원과 함의에 관련된 일반적인 종교적 주제로는 시험, 시련, 징벌, 메시지로서의 병을 들 수 있다. 역사 연구와 문화교차적 연구에 따르면, 병을 당사자의 도덕적이거나 영적 조건에, 공동체와 그의 관계에, 신에 의미 있게 연결시키는 그러한 해석들은 아픔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지속적인 방식이다. 순수하게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범주로만 주장하는 서양 의학은 신비, 믿음, 도덕적 징후의 모든 흔적이 결여된 모습으로, 사실상 세계의 풍경에서 일탈한 것이다. 서양 의학은 질병과의 대면할 때 인류가 취하는 일반적인 경로에서 우회하는 길(비록 그 길을 통해 없어서는 안 될 성취를 이루었지만)로 보인다.
 
환자나 가족의 마음속에서 종교적 해석은 의사의 과학적 설명과 쉽게 공존할 수 있다. 의사는 그런 식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거나, 환자가 그 자체로도 버거운 질병이라는 육체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을 때 죄라든지 도덕적 집착이라는 부담을 더 얹어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적 감수성을 가진 의원이라면 환자의 해석이 병을 정합적인 세계 안에 맞추어 넣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 체계를 그들의 경험에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정합성의 의미가 의사의 기술적 관여보다도 환자가 회복할 동안 그에게 동기를 제공해주고 유지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의상 질병 치료 성공과는 별개로, 이것이 환자의 치유 경험에서 가장 유력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조사자들은 경험적 증거의 축적이 시사하는 바에 따라서 종교적 믿음, 보호 공동체의 사회적 지원, 자신의 질병 경험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건강 추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결과를 탐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료들은 암, 심장병,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조건에 처한 환자들의 연구에서 수집되었다. 이 연구들에서 그 사람 종교의 특정한 신학적 내용이 항상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흔히 결정적 요인은 환자가 의미의 물음을 갖는 경험, 보호 공동체에 의해 진지하게 여겨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경험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 기원과 기도, 의례, 그리고 영성의 다른 표현들의 내용은 신앙과 치료의 역학에서 중요한 측면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원천들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의사의 치료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병이 치료 불가능할 때, 종교적 믿음의 원천과 종교 공동체의 지지 구조가 역시 의미와 희망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이것은 또한 의사 자신의 의미의 근원이 시험 받는 맥락이 되기도 한다. 믿음을 갖고 곁을 지키는 능력, 치유될 가망 없이 아픈 환자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능력이 인간으로서의 의사에게 강력하게 요구된다. 누군가가 치유되지 않거나 위급한 상황에 대해 분노, 슬픔, 절망을 표현할 때 곁을 지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의사는 이러한 용기를 명백한 종교적 믿음으로부터 얻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슬픔이나 절망의 극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보호자로서 존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파괴적이지 않다는 믿음이 요구된다. 그보다는 절망과 슬픔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 치료자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이에게도 역경을 감내하고 초월하는 예기치 못한 힘을 열어줄 수 있다. 그래서 의사가 의미와 희망의 종교적(혹은 비종교적) 공식을 갖고 환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러한 공식은 보호 관계 속에서 무엇이 되었든 환자의 동반자로 남을 수 있는 의사의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치료에 일익을 담당한다.


(2) 종교와 가치


건강관리는 그 무엇보다도 도덕적 사업이다. 모든 임상적 만남은 환자와 의사 양쪽의 인간적 문화적 가치, 건강 전문직의 도덕적 전통, 보건 체계의 사회정치적 맥락에 의해 영향 받는다. 낙태, 불임 수술, 유전자 검사와 상담, 생명유지 조치의 중단 등의 특정한 의료(혹은 유사의료) 절차의 도덕성에 관한 종교적 가르침들은 의료 행위에 대한 종교적 믿음의 의미를 보여주는 몇몇 확실한 사례들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도덕적 가치들과 인간 본성과 행위에 관한 지속적인 믿음들은 의사-환자 관계에 널리 존재하며 최소한 의료 활동의 많은 부분에서 소리 없이 함께 존재한다. 성별, 정신 질환, 가족 역동성, 생활 스트레스, 노화, 고통에 대한 태도, 장애, 지체, 자기 이미지와 육체 이미지 등, 이 모두가 의사가 환자와 상호작용할 때 가치가 부여되는 영역들이다. 환자의 종교적 배경과 믿음을 돌보는 것은 돌보는 이들을 좌절시키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이러한 영역들에서 환자들의 성향, 해석, 행위를 명확히 하거나 의미 있는 맥락에 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가치의 문제는 또한 더 넓은 사회적 수준에서 발생한다. 의사는 사회 내에서 보건을 담당하는 특정한 사회정치적 구조의 참가자인 동시에 사정을 잘 아는 비판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의사와 성직자 간의 유비가 유용하다. 목회 관리 이론에는 성직자의 목회적 기능과 예언자적 기능 사이의 전통적인 구분이 존재한다. 목회적 기능은 우선적으로 봉사하는(serve) 것인데 반해 예언자적 기능은 우선적으로(challenge) 도전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문화의 자기 이해와 가치 지향의 의례적이고 성사적 형태를 집행한다면, 예언자는 문화에서 한 발 떨어져서 문화의 가치를 더 넓고 더 궁극적인 가치지향의 관점으로 끌어올려 검토한다. 목회자가 우선적으로 그들이 봉사하는 사람들과 집단에 충실하다면, 예언자는 우선적으로 신에게 충실하다.
 
의사와 의학생들은 기존의 사회 구조 내에서 봉사하는 것과 이러한 구조에 원칙적인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 사이의 긴장과 마주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 구조에서 환자를 경제 시장의 소비자로 취급하거나 이윤추구의 필요에 따라 의료체계에 대한 다수의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내의 최하층 약자들의 요구에 대한 관심은 성경 예언자 전통의 강력한 주제이다. 의료 직업의 내적 가치에도 이타주의, 약자를 돌보려는 헌신, 
자신의 환자의 편을 들려는 헌신이 포함된다. 이러한 가치들은 의사들로 하여금 현행 사회정치 구조에 맞서 일어나고—특히 상업적 맥락의 의료 행위 동기화가 현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사람들이 보건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불의나 불평등한 영향에 반대하는 것을 요구한다.
 
 
(3) 종교와 다양성
 
종교적 믿음은 종교 전통들 사이에서, 그리고 종교 전통 내에서도 매우 다양하며, 의사들은 이러한 다양한 믿음들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흔히 빠지게 되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는 전형화하는 것으로, 환자의 종교 소속만 얼핏 보고서 의사가 환자 개인의 갖지 믿음이나 태도를 단정지어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불필요한 이분법을 믿는 것으로, 이것은 (1)환자의 믿음이나 성향이 의사의 양심이나 전문적 판단과 충돌할지라도 그것을 완전히 수용하는 것과 (2)환자의 사유 방식이나 가치가 어떠한지와 상관없이 의사의 견해를 권위적으로 뒤집어씌우는 것 사이의 불필요한 이분법을 말한다.
 
첫째 난점인 전형화의 위험은 교육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종적 배경과 종교 소속은 환자의 믿음에 대한 단서가 되지만, 이러한 특성들에 대한 지식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알기 위한 노력, 그가 자신의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나 실천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혹은 거부하였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보건에서 종교적 믿음에 대한 요리채 스타일의 접근은 심각한 교육학적 실수이다. 첫째로 종교적 믿음의 다양성은 학생들이 다양성이라는 ‘사실’에 감수성을 지니도록 제시되어야 하고, 둘째로 더 많이 알기 위한 기초로서 개인 환자 개인의 특정한 가치와 믿음에 대한 정교한 질문이 제시되어야 한다. 강조점은 진료실에서 환자의 가치를 고양하는 데 필요한 인터뷰 기술에 주어져야 한다. 이 때 종교와 문화적 신념체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인터뷰 기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둘째 난점인 환자와 의사의 해석과 가치의 충돌의 경우, 대부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협하고 해소될 수 있다. 종교적 믿음이 개입될 때 의사는 환자가 더 큰 공동체에서 받는 의료 문제에 대한 도움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를 갖게 된다. 공경, 관용, 환자로부터 배움을 얻는 개방성의 자세는 흔히 환자, 의사, 환자의 공동체 사이의 호혜적인 협업의 파트너십으로 연결된다. 그러한 파트너십은 환자 자신의 믿음과 사회통합 정서를 해치기보다는 북돋는 방식으로 훌륭하고 과학적인 의료 진료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의 정서는 치료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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