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강의 교재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전 판본(일곱 이론)을 읽을 땐 새로운 정보를 찾는 대학원생의 입장이었고, 그냥 밋밋한 개론서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정판(여덟 이론)을 번역본으로 읽은 것인데,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자들의 이론체계 전반의 그림을 보이는 것, 요약하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서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 해당 학자의 언어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예컨대 엘리아데의 방대한 사유를 주저서와 함께 수십 페이지 안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또 어떤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당 학자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도 꽤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예를 들어 장마다 소개된 참고문헌들은 대학원생 수준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다.)
책이 출판되었을 때 번역자들이 종교학 전공자들이 아니라서 약간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읽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기본적으로 잘 번역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용어 선택도 적절하다. 종교학 이론 수업에서 이처럼 든든한 한글 교재를 갖게 되어 번역자들에 감사드린다. 이처럼 학자들의 기본 논지를 충실히, 현재 연구의 관점에서 소개해줄 수 있는 책은 당분간은 나오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도리어 지금 드는 아쉬움은 이 교재를 사용할 수 있는 종교학 이론 수업이 한국에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