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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토테미즘을 최초로 언급한 기록

by 방가房家 2023. 4. 30.

토테미즘이라는 용어는 맥레넌의 1869년도 논문을 통해서 학술용어가 되었는데, 맥레넌이 이 용어를 이끌어낸 자료는 존 롱(John Long)이라는 상인의 1791년도 기록이다. 존 롱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1791년에 출판된 그의 책 <<인디언 통역가이자 상인의 항해와 여행>>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는 모피 상인으로 북미지역을 왕래하였고 특히 오지브와족 언어를 배우고 원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다.(캐나다 인명사전 참조) 토테미즘이 언급된 부분의 서지사항은 길지만 다음과 같다.

 

John Long, <<Voyages and Travels of an Indian Interpreter and Trader: Describing the Manners and Customs of the North American Indians ; with an Account of the Posts Situated on the River Saint Laurence, Lake Ontario, &C. ; to Which Is Added a Vocabulary of the Chippeway Language ... A List of Words in the Iroquois, Mehegan, Shawanee, and Esquimeaux Tongues and a Table Shewing the Analogy between the Algonkin and Chippeway Languages>> (London: Printed for the author, and sold by Robson, 1791), 86-88.

 
토템이라는 언어는 존 롱이 오지브와족(롱의 책에서 사용된 이름은 치퍼웨이Chipperway)의 언어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는 오지브와족 무리와 어울릴 때 일어난 ‘기묘한 상황’에 대해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신앙에 관련된 것이다.
야만인들의 종교적 미신 중 하나는 그들 각자가 자신을 돌보아준다고 믿는 토템totam, 즉 선호하는 정령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토템이 동물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토템이 형상을 취하고 있다고 믿어지는 동물을 죽이거나 사냥하거나 먹어서는 안 된다.(86)
위와 같이 정리한 후 롱은 한 남자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남자는 곰을 자신의 토템으로 지녔다. 그는 꿈에서 계시를 받아 사냥을 떠났는데, 그 사냥에서 실수로 곰을 죽이고 만다. 그는 생명의 주Master of Life의 노여움을 사고 도망쳐 온다. 오는 도중에 다른 곰을 만나 왜 토템을 죽였느냐고 추궁을 받았는데, 그는 곰을 죽인 것을 사과하고 순전히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가까스로 용서를 받는다. 그는 롱에게 이렇게 탄식하였다. “내 신앙은 사라졌다. 나의 토템이 화났다. 다시는 사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롱은 이러한 관념을 ‘토테미즘totamism’이라고 개념화하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고가 야만인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당시 유럽에서도 못 배운 사람들은 이런 미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든 예는 검은 닭에 자신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믿은 프랑스의 한 유대인 은행가 이야기이다(루이 16세의 개인사에서 인용했다고 함). 
토테미즘은 1791년이라는 다소 이른 시기에 북미원주민과의 모피무역이라는 맥락에서 한 상인에 의해 서양언어로 편입되었다. 원시인의 이상한 신앙을 지칭하는 용어였으며, 그러면서도 유럽 내의 타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언어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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