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산뜻한 불교 개론서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에서 불교의 전래 과정에 대한 내용.(이 책의 주요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메모를 남길 생각이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종교가 전해질 때 토착전통을 자신의 체계 내로 복속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많은 이들이 불교가 토착 종교에 대해 관용적이었다고들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좀더 완벽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점철되었다. 즉 불교가 전래된 이래, 그 이전까지 가장 높게 받들어지던 토착신들은 불교의 신으로 개종되었고, 다른 나머지 신들은 적절한 불교 의례들을 통해서 복종시키거나 파멸되어야 할 악귀 정도로 그 서열이 강등되었다. 물론 불교경전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을 그 토착신들이 자발적으로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묘사한다.[베르나르 포르, 김수정 옮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불교를 둘러싼 23가지 오해와 답변>>(그린비, 2011), 133.]
이런 과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차돈의 순교 이야기에 숨겨져 있기도 하다. 포르는 선명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잘 알지 못했던 사례들이라 메모해둔다.
티베트의 첫 번째 불교 군주였던 손챈 캄포는 티베트 전 지역을 뒤덮고 있던 여귀를 퇴치했다고 한다. 왕은 여귀의 몸이 열두 급소에 탑을 세움으로써 꼼짝 못하게 ‘못질’했다고 한다. 라싸에 있는 조캉 사원은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위에서 말한 여귀의 중심부, 즉 그녀의 성기의 위치로, 조캉 사원은 이 위에 자리하고 있다.(134)
마헤슈바라는 힌두신화에서 중요 신인 시바의 여러 이름 중 하나이다. 허나 시바는 불교에서는 악귀로 강등되었는데, 왜냐하면 시바는 자신이 모든 존재의 주재자라고 주장하며 불교로 전향하기를 거부한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의 거만함으로 인해 결국 시바는 죽음으로써 응징당했다.(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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