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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십자가를 목에 건 귀신

by 방가房家 2023. 4. 28.

한 무당의 진술에서 기독교와 관련을 가진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어 기록해둔다. 예수쟁이가 끼면 굿이 잘 되지 않는 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이처럼 신자(혹은 예비 성직자)가 귀신으로 나타나는 예는 처음 들어보았다.

귀신이 영특해저서 종교인[무당]을 갖고 노는 것이지요. 아마 어설프게 기도하는 무당이 이 귀신들을 떼려고 한다면 실패했을 것입니다.……또 다른 남자 귀신은 십자가를 목에 건 귀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귀신이 마지막까지 잘 안 나갔습니다. 세 시간 동안 저와 씨름했습니다. 왜 당신은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십자가를 목에 걸고 종교인의 수행을 하다가 죽었냐고 물으니 사랑하는 여인을 결국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꿈에 계속 나타나고 십자가를 목에 건 귀신이 된 겁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세례 받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정순덕, “간절한 마음이 모이면 마는 쓰러지게 되어 있다”, 이찬수 외, <<우리에게 귀신은 무엇인가?>>(모시는 사람들, 2010), 59-60.]
넓게 생각하면 이 사례는 “무속에서 나타나는 귀신은 한국인들이 삶 속에서 경험해 왔던 것들이 집약된 형태”(62)라는 진술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것 중에는 종교의 문제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고, 그 경험이 무속인이 씨름하는 문제로서 등장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속의 종교경험 속에 나타난 기독교는 참 낯설지만 다종교 상황이라는 현실에서 오히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중문화의 상상력에서 십자가는 귀신을 쫓는 상징이다. 그러나 귀신이 단순히 쫓아내야할 그 무엇이기에 앞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삶의 문제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십자가를 목에 건 귀신 역시 상상 가능한 존재이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에 십자가가 지닌 위력에 대해서는 더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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