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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모르겠소, 할 수 없소, 망하겠소, 놉시다

by 방가房家 2023. 4. 27.

타일러의 잔존물survival 개념이 한국에서도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읽은 된 선교사 헐버트의 1900년 글에서 특이한 주장을 만났다. 고유 신앙과 불교의 결합은 이해할 만한데, 불교의 외피 아래 흐르는 한국 고유 신앙의 정신을 네 한국어 표현으로 포착한 것은 일단 기발하다.

한국 고유의 귀신론demonology은 불교와 결합해서, 서로를 분별해내기 힘든 복합적 종교composite religion를 형성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교의 형식 아래 네 근본적인 흐름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신비주의, 운명론fatalism, 염세주의pessimism, 정적주의quietism이다. 이것들이 한국인의 정서에 내재해 있음은 그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모르겠소”(I don't know)가 그들의 신비주의이다. “할 수 없소”(It can't be helped)가 그들의 운명론이다. “망하겠소”(going to the dogs)가 그들의 염세주의이다. “놉시다”(Let's knock off work)가 그들의 정적주의이다.
[Homer B. Hulbert, "Korean Survivals," <<Transactions of the Korean Branch of the Royal Asiatic Society>> 1 (1900), 39.]
신비주의, 운명론, 염세주의, 정적주의라는 네 용어가 사용되었다. 표현은 고상하지만 모두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었다. 신비주의가 불가지론과 다를 바 없는 식으로 사용된 것은 개신교 선교사 특유의 편견이리라. 정적주의는 좀 낯선 용어였다. 17세기 몰리노스가 취한 입장을 가리키는 말로, 후의 여러 종파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태도이다.(브리태니커 풀이 참조) 이 용어 역시 신학적 욕설로 사용되었다. 검색해보니 한 설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쓰이는지 알려주는 용례이다. “기독교의 역사에 보면 정적주의(quietism)라는 이단이 있습니다. 그들이 믿는 것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하시니 우리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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