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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럿 이전과 이후의 종교학사

by 방가房家 2023. 4. 26.

매럿에 대한 한 논문 소개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매럿은 종교학사에서 거의 잊혀져가는 학자에 가깝다. 그런데 키펜베르크는 매럿이 전애니미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시점(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을 종교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지적한다. 굉장한 통찰이다!

20세19세기 종교학은 원시종교를 통한 종교 기원의 탐구가 유행했던 시기이다. 물론 그 시기의 종교 연구도 ‘야만인’의 종교를 문명사회의 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끌여들였다는 점에서, ‘그들’과 ‘우리(서양인)’ 간의 연속성 상에서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해의 진전을 평가해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야만인은 야만이고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비슷한 부분은 고대의 ‘흔적’ 혹은 ‘잔존물’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 시기 원시종교에 대한 연구에는 야만인과의 거리는 여전히 존재했던 것이다.
20세기 넘어와서 매럿 이후 원시종교라는 자료의 성격은 복잡해졌다. ‘원시’를 언급하는 것은 실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라기보다는 인간의 종교적 심성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 되었다. 예컨대 프로이트나 뒤르케임에게 원시종교는 인류의 심리적 구조라든지 사회의 기본적 형태를 밝히기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이전의 순진한 접근은 이제 프레이저와 같은 학자에서나 볼 수 있었다.
키펜베르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종교사의 모든 현상에 존재하는 공통된 형태를 확인함으로써, 매럿과 그를 지지한 학자들은 기본 구조의 분화로 인식되는 구분들로서 종교사의 사실들을 기술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그래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이 체계적인 전환에 의해, 종교사를 서술하는 방식이 영원히 결정되었다. 잔류물(survival)에 대한 추구는 끝났다. 종교사의 자료들은……인간 정신과 사회생활에 대한 통찰을 열어주는 것이 되었다.
[키펜베르크(Hans G. Kippenberg), <<근대에서 종교학의 발견하기(Discovering Religious History in the Modern Age)>>(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135.]

키펜베르크는 종교학자들의 ‘만장일치’를 말한다. 종교학사는 매럿 이전과 매럿 이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종교학자들이 ‘원시’를 논하는 방식에는 매럿의 전애니미즘, 마나 이론의 영향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엘리아데가 논하는 ‘고대인’, 피상적인 독자들이 현대인의 내면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옛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오해하는(학생들의 엘리아데에 대한 오해를 참고할 것) 바로 그 개념 사용은 바로 매럿의 논의 전환에 의해 예비된 것이었다.

종교의 씨앗이 힘에 대한 경험이라는 생각은 나탄 죄더블롬, 루돌프 오토, 게라르두스 판데르 레이우에 의해 종교 이론으로 받아들여졌고, 막스 베버와 에밀 뒤르케임이 이 생각을 인용하였다. 1900년 이후로는 종교를 분석하는 모든 중요한 사조(思潮)들에서 매럿의 전애니미즘을 수용하였다.……학자들의 이와 같은 만장일치는 전애니미즘의 근거가 다소 박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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