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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영상

디테일이 아름답다, 영화 [아멜리에]

by 방가房家 2023. 4. 16.
옛날 티벳의 승려 까말라쉴라가 쓴 <<수습차제>>라는 불경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첫 두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연민의 수행: 살아있는 존재의 고통을 공유할 것. 타인에 대한 증오와 집착을 버리고 평등심을 갖는다. 현실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자신의 고통의 경험을 타인의 경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2. 자애의 수행: 고통의 평등성을 관찰함으로써, 중생들이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세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깨달음을 향한 첫걸음이다. 이것이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이 불경의 수행론이다.


며칠 전에 본 영화 아멜리에는 세상을 관찰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디테일이 강조된다. 영화 초반부부터 줄곧 "누구는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는 무엇을 좋아하며.."라는 나래이션의 연속이다. 아멜리에가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것과 곡물 속에 손을 집어넣는 감촉이다. 영화를 마무리짓는 나래이션도 인상적이다: "그들(주인공)이 거리를 달릴 때, 수녀들은 뒤뜰에서 백핸드를 연습하고 있었고, 그 때 기온은 몇 도이며, 기압은 몇 MB였다." (나는 벌써 몇몇 디테일들을 놓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풍성한 디테일들, 그것들을 놓치면 이 영화는 보나마나다. 줄거리도 그렇고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은 것이 없는 화면 구성도 그러하다. 거기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또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빈본질적이거나 과장섞인 디테일들의 과잉일 뿐일 게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메시지가 무엇에 실려서 전달되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을 세세히 관찰하고 놓치지 않는데서 시작한다. 아멜리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미세하게 변화시켜 나간다. 심지어 과일집 주인을 괴롭히는 행동들도 일상의 세부의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깜찍한 여주인공의 발랄함이 이 영화의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동시에, 그것을 보는 힘을 길러주기까지 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나는 내 자신이 디테일에 매우 약하다는 것을 평소부터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매우 소중하게 보았다. 공부를 하다보면 가끔 학문은 추상화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쓴 글을 보면 메말라있기 그지없다. 그러나 적어도 종교학은 그런 학문이 아니다. 추상과 구체의 사이를 횡단하며 인간의 상상력을 탐색하는 것이 종교학의 꿈이 아닌가. 그 둘을 동시에 잡고 있으려는 노력, 욕심, 때로는 무모함이 인문학 내의 다른 분과들에 비해 종교학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자 어려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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