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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노블 부인의 홍제동 나들이

by 방가房家 2010. 10. 31.
참 괜찮은 자료가 번역되었다. 노블 부인의 일기. 
원문으로는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만 찾아보았는데, 번역본을 통해 적지 않은 종교 관련 자료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음의 ‘소풍’ 이야기는 홍제동의 보도각 백불에 간 내용이다. 절하는 모습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기록.

1894. 5. 26.
해리스 양과 버스티드 박사 그리고 아서와 나는 서울 북문 외곽에 불상(Buddhist image)이 있는 곳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해리스 양과 나는 가마를 탔고 아서와 버스티드는 걸어서 갔다. 점심은 싸 가지고 갔다. 오랜만의 원행길이라 즐거웠다. 우리가 본 불상은 바위를 깎아 만든 큰 조각상으로, 흰 칠이 되어 있었다. 높이는 6미터 정도로, 동양 불상의 전형적인 자세를 하고 있었다. 굉장한 예술 작품이었다. 멋진 동양 예술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불쌍한 이교도들이 그 앞에서 예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승려는 돗자리와 작고 낮은 걸상을 들고 자신의 거처에서 내려왔다. 여성 두 사람과 사내아이 하나가 승려의 뒤를 따랐다. 이들은 쌀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 왔는데, 승려는 우상 앞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작은 상을 놓은 뒤 상 위에 쌀그릇을 올렸다. 승려는 바닥에 앉더니 어떤 악기를 두드리기 사작했다. 이어서 두 여성이 돗자리 위로 올라와 우상 앞에다 여러 차례 절을 했고, 승려는 계속 악기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한 여성은 서른네 차례 절을 했고, 다른 여성은 서른 차례 절을 했다. 절을 많이 할수록 보상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여성들이 절을 마치자 이번에는 사내아이가 스무 차례 절을 했다.
불상의 뒤에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불상 앞에서 절을 마친 이들은 비석 위에 쌀을 올려놓고 또 다시 절을 했다. 절을 할 때마다 이들은 처음에는 똑바로 서고, 몸을 살짝 기울이며 양손을 앞으로 모은 후, 손을 이마에 모으고,  손이 이마 앞의 땅을 칠 때까지 몸을 천천히 숙여 절을 했다.
사람들이 우상에 예배드리는 모습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예배를 드리는지 직접 볼 기회를 갖게 되어 기뻤다.
Wilcox Mattie Noble, <<The Journals of Mattie Wilcox Noble 1892-1934>> (Seoul: Institute for Korean Church history, 1993), 42-43; 매티 윌콕스 노블, 강선민 & 이양준 옮김, <<노블일지: 미 여선교사가 목격한 한국근대사 42년간의 기록>>(이마고, 2010), 70.


그림출처:
Burton Holmes, <<Burton Holmes Travelogues vol. 10>> (New York : The McClure company,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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