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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

사람

by 방가房家 2023. 5. 31.

사람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했다.
미국 인류학자들이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기록”할 때, 그들은 원주민들의 “사람”이라는 범주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스 사상이었든, 성서에 바탕을 둔 것이었든, 서양 문화에서는 인간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해서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존재들과 구별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 원주민들의 세계관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 종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동물들이나 식물, 그리고 바위와 같은 자연물까지 “사람”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연의 사물들이 사람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는 것들은 그들과 인간들과 다름없는 “관계맺음”--상호존중을 포함해서 의사소통, 선물 교환 등의 관계--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읽은 것은 오지브와(Ojibwa) 인디언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북미 원주민 연구 전반에 적용 가능한 논의라고 생각된다. (Kenneth Morrison, The Solidarity of Kin, Chapter.2 , pp. 37-78) 오지브와족 사람들은 세계가 “사람”(호모 사피엔스 이외의 것들도 포함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는 다양한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인간(?)아닌 사람들 중에는 인간보다 우월한 힘을 가진 것들이 많은데, 그런 우월한 힘의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맺음을 하는 것이 그들 삶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바로 이 관계맺음의 대목이 서구 관찰자들에게 “종교”라고 기록되는 것이다.
사람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생되는 오해는 심대할 것이며, 북미 원주민 연구 전반에 걸쳐있는 것이겠지만, 종교 개념에 관련된 두 가지 정도만 언급해 본다.
첫째, 프란츠 보아스를 비롯한 많은 인류학자들이 북미 원주민의 종교가 의인화(혹은 신인동형설, anthropomorphism 어느 말로 번역해야 할지 모호하다)에 기반한다고 기술해왔다. 간단히 말해서, 서구 학자들이 본 북미 원주민 종교의 특징은, 동물이나 바위들에게 인간의 속성이 부여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미개인”들이 인간과 자연물들을 혼동할 정도로 비이성적이라는 판단이 개입된 서술이다.
그러나 착각하고 있는 것은 북미 원주민이 아니라 서구 관찰자들이었다. 북미 원주민의 사람 개념을 이해했다면 의인화라는 서술은 불가능하다. 동물이건 바위건 다 사람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행위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부 관찰자들이 본 것처럼 유아적인 행위가 아니다. 이런 식의 서술 태도는 토테미즘에 대한 서술에도 나타난다. 토템 동물과 씨족민들의 동일시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론들이 동원되었는데, 종교학사에 등장하는 많은 이론들 중에는 토착 범주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들이 많다.

둘째는 북미 원주민들의 힘(power) 개념에 관련된 이론들이다. 북미 원주민들의 개념 중에는 마니투, 오렌다, 와칸다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힘 개념들이 있다. 이 개념들은 흔히 멜라네시아의 마나와 함께 묶여서 마나이즘(manaism)의 예로 많이 제시된다. 이들 힘들은 이론적으로 비인격적인 힘(impersonal power)이라고 정의된다. 몇몇 이론가들은 이들이 비인격적인 힘으로서 신 개념이 등장하기 전의 원초적인 종교 개념이라고 지목하기도 하였다. 일종의 종교기원론인 셈이다.
이 역시 토착 개념의 몰이해였다. (멜라네시아의 마나 개념 역시 비인격적인 개념이 아님이 밝혀졌다.) 애당초 인격/비인격의 운위가 불가능한 문화적 맥락이었다. 오지브와 인디언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모두 힘을 갖고 있다. 다만 사람별로 갖고 있는 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독수리나 곰이나 바위처럼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 교환을 통해 힘을 빌어쓰는 것이다. 와칸다는 비인격적인 힘과는 상관이 없다.

현경과 영애: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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