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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

한국이라는 악몽

by 방가房家 2023. 5. 27.

어제 저녁 우연히 NBC 방송에서 “Losing Faith"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신종교에 속했다가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서 강력하게 암시되듯이, 이 프로그램의 시각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의) 신앙을 잃고 신종교의 ”미혹“에 빠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에 복귀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논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꽤 공정하게, 있는 이야기만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장이나 비난을 배제하고 인터뷰에 주로 의존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어제 방송에서는 세 신종교의 탈퇴 신도(ex-member)를 보여주었다. 한국에 섹스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모세 데이빗의 교단(정식 명칭은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던가?), 통일교, 그리고 하레 크리슈나.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신종교 이야기도 궁금하긴 했지만, 다른 것 보다가 뒤늦게 이 프로그램을 보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놓쳤다. 하나님의 자녀들 교단에서는 12살부터 성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섹스를 한다. 어릴 때부터 이 교단에 있으면서 섹스를 해온 어느 여성이, 강제로 집에 돌아온 후에도 윤락녀 일을 하는 등 불안하게 살다가 지금은 전문직업인으로 정착중이라는 이야기가 첫번째 사연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통일교에 속했던 미국 여성의 이야기인데, 그녀의 이력이 매우 특이했다. 도나 콜린스(Donna Collins)라는 여성, 그녀는 통일교가 미국에 진출해서 처음 행했던 합동 결혼식(mass wedding)에서 나온 성가정에서 탄생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에는 “성가정에서 탄생한 최초의 서양인”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통일교회에서는 이 여자애를 홍보의 수단으로 소중히 사용하였다. 5살 난 이 아이와 문선명과 찍은 사진들이 보인다. 이 아이는 11살 때 부모와 떨어져 한국에 보내어진다. 한국에서 5년간 머물며 교욱을 받는다. 그녀의 한국 생활을 잘 알 수는 없지만 특별한 대접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계속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음도 분명하다. “성가정에서 태어난 만큼 결함이 없는 완벽한 아이”(blessed child)라는 통일교 측의 찬사가 그녀에게 내려졌다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낸 이 소녀의 삶이 행복할 리 없었다. 16살 때 미국에 돌아온 그녀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탐닉했고 교회와 멀어져가는 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급기야 20살 때 자살을 시도하고, 그것을 계기로 교회를 떠난다. 35살이 된 지금은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으며,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소녀에게 유년 시절의 5년을 보낸 한국은 악몽이었음에 틀림없다. 방송에 나오는 영상들이 또한 그녀의 심리를 보여주듯 편집되어 있다. 합동결혼식에서 만세를 부르는 문선명 부부의 모습과 교차해서, 한국의 여러 이미지들이 나온다. 부채춤을 추는 공연단의 모습(아마 리틀앤젤스 공연단인 듯하다)이 보여지고, 심지어는 경복궁의 모습까지 교차 편집된다. 미국 방송에서 한국 이미지들을 이렇게 꽤 오래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이러한 한국의 이미지들은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들추는 악몽에 불과한 것이리라.
사실 통일교는 한국의 문화를 미국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Korea"보다는 "Moonies"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도 있을 정도이다. 미국인들이 벌써 70년대에 뉴욕 한복판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식 인사를 나누는 것은, 한국의 국력보다 클지도 모르는 이 종교의 힘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이미지가 악몽과 연계된다면, 경복궁의 사진이 어두운 과거를 들추는 이미지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활동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부정적이나마 인식 속에 존재하는 것이 광고 이론의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인지, 광고이론을 모르는 나로서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도나"라는 그녀 이름이 내가 아는 슬픈 노래와 겹친다. 도살당하러 가는 한 송아지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이다. 종교의 울 안에서 성장이 결정된 아이의 모습은 내겐 두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밝은 쪽으로는 태어나서부터 맨발로 땅을 밟아보지 못하면서 큰 티벳의 달라이 라마의 이미지이고, 어두운 쪽으로는 희생에 쓰이기 위해 비단옷을 입고 잘 먹이며 자라는 돼지의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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