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교사자료/만남

가톨릭과 무교의 만남5

by 방가房家 2009. 1. 11.

한국 가톨릭 자료들에서 무교에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많은 축귀(逐鬼) 기사들을 만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한국판 엑소시스트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이야기거리들을 갖추고 있다.  이들 자료에서 재미있는 것은 한국 귀신들이 이제 기독교 상징들을 배워 이에 대해 격렬히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상, 성수, 기도문에 대한 거부 반응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영적인 대결 이야기는 흥미를 끄는 동시에 기독교의 힘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측면이긴 하지만 전통적인 힘의 영역에 대한 승인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영화 엑소시스트처럼, 이 자료들의 귀신들은 나서서 무얼 한다기보다는 앉아서 신부들의 공격을 당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극적인 저항만 하는 귀신들이다.  이 대목에서 귀신의 개념사의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신구약에 나오는 귀신, 예수가 쫓아낸 귀신 개념들이 우리 민속 종교 위에 덧씌워지졌다.  이 과정에서 선교에 편리한 부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당시 서구보다 오히려 성서의 귀신 개념을 적용하기에 더 좋은 지역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귀신 개념은 선악 개념이 없는 존재였고, 주변의 망자의 영과 연관성을 지닌 개념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마귀, 악령, 사탄이 되어버렸다.  전통적 힘 개념의 악마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귀신 개념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은, 앞으로 엄청난 조사를 필요로 하는 흥미로운 주제일 것이다.

[경향잡지 1935. 2. 26. 제29권 800호, “이상히나흔병자 성수를뿌리면졸도,” pp.123-126.]
안성 읍내 모리씨의 장녀는... 매우 이상한 병으로 인증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별무신기하므로 근심과 답답함에 보채는 부모들은 미신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여 장님에게 무꾸리를 한 후 아주 지독한 귀신이라고 5일간을 계속하여 경을 읽었으나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경성으로부터 용하다는 의사와 좋다는 약은 모두 부탁하여 써보았으나... 여간 큰 고통이 아니었다...
병자는 (전교하는 여교우) 박마리아씨를 보자 황겁하여 떨고 있으며 고상을 뵈인즉 눈을 가리고 피하려고 하고 성호를 시킨즉 도무지 아니하려 하므로 억지로 한 번 시켰다.  그 이튿날은 성수, 고상, 공과를 가지고 가서 분도패를 채워주고 성수를 뿌린 즉 즉시 정신을 잃고 혼도 하였는데, 전도부인은 강경한 태도로 열품도문을 외운즉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담판해보자”고 소리를 지르고 일어나 섰다.  그 광경을 보고 다시 성수를 뿌리면 즉시 또 혼도하여 성수를 뿌릴 때마다 30분 가량씩 혼도하기를 10여 차례에 달하였다. 
...그 후에 전교부인이 매일 가 방문하였는데, 그 집 근처에만 가면 벌써 알고 떨고 있다가 들어가면 하는 말이 “당신이 오면 내가 떨리고 견딜 수 없으니 제발 무엇을 줄테니 가라”고 하면서 울고 앉았다.  책을 읽히면 ‘마귀’, ‘사탄’ 그런 말은 읽지 아니하고 다른 말로 하였다...

아래 자료의 마귀(?)는 좀 귀여운 면이 있다.  ‘사탄’을 읽으라고 하면 ‘사탕’이라고 바꿔 발음하는...

[경향잡지 1935. 8. 28. 제29권 812호, “마귀인지병인지 하여간이상한일,” pp.504-508.]
안성읍 성당에서 약 10리 가량 되는 곳에 19세 된 출가한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신부한테로 억지로 데려오매 오기도 물론 강제로 왔을 뿐 아니라 신부를 보기가 무섭고 슬퍼서 머리를 푹 숙이고만 있더라.  그 거동을 보신 신부는 시험하여 보느라고 알지 못하게 고상을 등에 대인 즉 즉시 황겁하며, 더구나 이마에 대면 즉시 뜨겁다고 참지 못하고, 마귀를 극히 위하여 “마귀야 물러가거라”하면 “왜 나가라고 하느냐”하며 성화를 댈 뿐만아니라 경문을 외우게 하여 미가엘 천신께 드리는 경문의 “마귀의 악함과...”이것은 도무지 외우려 아니하므로 고상을 들고 엄포하면 ‘마귀’라고 하지 아니하고 ‘아귀’라고 하며 ‘사탄’이라 아니하고 ‘사탕’이라하고 ‘지옥으로 쫓아 몰으소서’하는 것을 도무지 별스럽게 달리 하여 마귀에게 대한 경문이면 일절 외우지 아니하려하며 ‘마귀야 물러가라’하면 도로 그와 반대로 ‘마귀야 물러가지 마라’하였다...
혹 밥이나 다른 음식에 성수를 몰래 뿌려주면 성수 묻은 곳을 다 긁어버리고 다른 것만 먹으며 무슨 소리를 지껄일 때에 성수를 뿌려주면 즉시 말을 못하고 20분이라 30분간 얼굴이 창백하여지고 아무 정신이 없이 있다가 나중에 깨어난다.  그 중에도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고상이오, 미사시에 만일 거양 성체하는 것을 보면 아무 정신이 없이 넘어져버리고 성체를 교우들에게 영하여 줄 때는 엎드려서 아주 보기를 싫어하며 신부가 교우들을 향하여 경을 염하실 때에는 등을 제대 편으로 두고 아주 돌아앉고 강론 때에는 밖으로 나가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으며 똑같이 보이는 것이라도 성수인지 물인지 영락없이 알아내고 제병도 축성한 것인지 아닌지 틀림없이 알다 한다...  신부가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손에 오귀예수(오주예수)가 오는 까닭이라...

공교롭게도 35년의 두 자료 모두 안성 지방의 것이다.  안성의 가톨릭 하면 두 가지가 생각난다.  안성에는 유서 깊은 성당이 있다.  한국식과 서양식을 절충하여 지은 아름다운 성당으로 토착화의 시도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안성 성당은 한국 최초의 포도 재배지이기도 하다.  1900년 즈음에 부임한 공베르 신부가 처음으로 포도를 심어 전국으로 보급한 계기가 되었던 곳이 안성이다.  지금도 안성에는 포도밭이 상당히 많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