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눈에 띄는 포스터이다. 물론 여자 때문이다.
이영애는 안경을 쓰고 있다. 예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둔탁한 안경. 이 여자는 결국 안경을 벗게 될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지만, 아마 벗게 될 것이다.
이영애는 안경을 쓰고 있다. 예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둔탁한 안경. 이 여자는 결국 안경을 벗게 될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지만, 아마 벗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안경을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소도구로 사용하는 짓을 한지는 오래되었다. 안경 쓸 때는 멍청하고 둔탁해보이던 여자가, 안경을 벗는 순간 본래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남자의 품에 안긴다는 스토리를 가진 미국 영화들이 숱하게 많았고, 우리 영화에서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여자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포착하게 된다는 인식 전환의 순간을 지시하는 천박한 환유적 표현으로, 안경을 벗어버리는 장면은 사랑받아왔던 것이다. 영화계와 드라마의 이런 관습에 대해서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좋은 글이 있다. (한가인씨, 안경을 벗지 마세요) 이 글을 보니 <원더우먼>과 <키스할까요>가 그런 사례들이다. 하나는 잘 기억이 안 나고 하나는 안 봐서 모르겠다만. 반면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전도연은 그런 관습에서 벗어난 좋은 사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안경 쓴 여자를 좋아한다.
쑥스럽지만 전에 써놓았던 “이상형”에 대한 언급을 몇 줄 들춰본다.
쑥스럽지만 전에 써놓았던 “이상형”에 대한 언급을 몇 줄 들춰본다.
나에게 있어서 이상형이라는 것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후한 가산점이 주어지는 스타일을 지칭한다...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의 이상형의 기준은 매우 간단한 편이다. 그것은 안경이다. 아마 전생에 쇠붙이하고 연이 있었던 듯 싶다. 누군가가 안경을 썼다면, 그녀에 대해서는 20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연예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구현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중에 특히 이쁜 사람은 단연 신형원 누나가 아닐까...
신형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는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다. 영화계의 여자 안경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연예계에 철저히 적용된다. 현실에서 안경 쓴 여자가 몇 %인지는 모르겠다만 꽤 될텐데, 텔레비전에서는 도대체 안경 쓴 여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서울의 달>에서 채시라가 안경을 쓰고 나와 좋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것이고, 안경은 촌스럽다는 스테레오 이미지를 간직한 것이며, 결정적으로 솔직히 안경이 어울리는 여자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안경을 쓰고 나오는 얼굴 반반한 여자가 누가 있는가? 신형원 뿐이다. (신형원의 모습은 신형원 홈페이지 사진 코너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른 이가 있다면 그녀 역시 내 사랑을 받을 것이다.
왜 남자들이 여자의 안경을 반기지 않는지(동시에 왜 내가 안경을 선호하느냐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유를 따지자면 심리학적인 설명이 요구될 것이다. 내 능력 밖의 일이며, 특정한 답을 갖고 있는 게 아니므로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분명한 것은 그런 인식이 건전한 것은 못된다는 것이다. 남자의 안경 이미지와 비교해도 분명히 나타난다. 남자의 안경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고시생의 뿔테 안경처럼 답답해 보이거나 방가의 프로필 사진처럼 범생이 이미지일수도 있다. 반면에 가수 이상우가 안경 쓰면 멋있다는 자기 소신을 따라 알 없는 안경을 쓰고 다니거나, 배용준이 도수 없는 안경을 쓰는 것처럼 멋부리기 위해서도 충분히 쓰는 게 안경이다. 많은 부분 취향의 문제이다.
여자 안경에 대한 영화계의 왜곡된 인식은 우리 현실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막을 잘 알 수는 없으나, 어느 기사를 읽다보니, “김명자 환경부장관에 대해 ‘아키코상’ 어쩌구 하며 “안경 쓴 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소신’을 밝혔다가 사표 쓴 환경부 고위 간부”가 있었다고 한다. 안경 쓴 여자는 매력 없다는 속마음을 품은 남자들 꽤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얼굴 못생긴 건 용서해도 몸매 나쁜 것은 용서 못 해”같은 류의 폭력적인 언사에 부가되어 나타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실상 이 안경 스테레오 타입은 우리나라에서 산업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라식수술을 권고하는 성형 사이트에서 뽑은 글이다.
http://www.beauty.clinic.co.kr/lasik/lasik_info.asp
“안경과 추녀는 뗄래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듯하다”라고 용감하게 선언하고 있다.
아래의 글도 비슷한 맥락인데, “사랑받는 여자 vs 안경 쓴 여자”라는 표제를 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안경에 대해 비난하는 제목인데, 사실은 렌즈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식 수술을 시키는 것이 글의 목적이므로, 주적은 안경이 아니라 렌즈인 셈이다.
http://www.beautyi.com/service/body/bodytrouble/20041015045/default.jsp
안경 쓴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면, 안경은 신체 장애에서 비롯한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다. 예쁘고 못나고의 문제는 배부른 이야기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선호가 고루 퍼져 있어야 하고, 자유로운 취향과 선택의 문제여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얼마나 유행이 취향을 압도하는 사회인가!) 나쁘다는 쪽으로 쏠려서 안과 의사들 돈벌게 하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나 같은 안경 매니아의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이게 결론은 아닐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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