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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자랑

by 방가房家 2023. 5. 22.
... 그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 기독교 교회사를 공부하고 있는 房家는 번역원고의 앞부분을 꼼꼼히 읽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 교회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적절한 기독교 교회 용어 등을 알려주어 큰 도움을 주었다... (이종경, “옮긴이 후기,” 피터 브라운, <<기독교 세계의 등장>> (새물결, 2004), 512-513쪽.)
올해 귀국해서 처음 책방에 들렀을 때, <<기독교 세계의 등장>>이 출판되어 나와있는게 첫 눈에 띄었다. 작년 12월에 출판되었으니 아직 따끈따끈한 책이다.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 책을 보니 마치 선물을 받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이 나왔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몇 년 전에 좀 도와드린답시고 들쑤셔놓고 간 일이었다. 그 때 내가 이종경 선생님하고 공부한 부분은 책의 앞부분 3분의 1일 불과했다. 그래놓고 간 건데 책이 마무리되고 예쁜 모습으로 출판되어 있다. 게다가 역자후기에 선생님은 감사하는 명단 가장 첫머리에 내 실명을 거론하며 장장 다섯줄에 걸쳐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황송한 특별 대접이다. 솔직히 여러 사람 중에 하나로 거명되는 정도는 기대했지만, 이 뜨거운 멘트에 마음이 따땃해진다. 개인적으로 그 이전이나 후로나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저 “저 유학가요” 하는 메일 띄우고 사라진, 다른 학교 학생일 뿐이다.
피터 브라운은 로마 말기와 서양 중세 초기 역사의 대가이다. 어느 정도의 대가냐 하면, 그의 책을 한장 한장 읽는 게 설레는 일이 될 정도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몇 년을 공부해야 도달할까 말까한 빛나는 명제들이다. 이런 대가의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행복에 속하는 일이리라. 내가 그쪽 전공이 아닌지라 더욱 행복만 만끽할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만약 내 분야라면 대가의 인식에서 자조감을 느끼며 괴로워할 것이며, 각 부분별로 이 할배가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다루는 로마 말기, 중세 초기(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200-1000년이다)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깜깜한 시기라서 낯선 인물과 지역과 용어 투성이일 것이다. 그 시대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카롤링거 르네상스’를 이야기해도 그게 언제인지를 헤아리는 한국인은 열에 한 명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통일신라 말기나 고려초에 대해서도 우리가 별로 감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세계의 등장’이라는 이 중요한 주제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대충대충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낯선 이야기들이라 할지라도, 이 대가의 빛나는 문장들은 빛을 발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학자가 나올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속한 세대에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대 말, 중세 초기 연구자를 돈주고 교수로 고용할 한국 대학이 있을지가 의문이고, 설령 한두 명 생긴다 해도 그 씨앗이 학문 체계를 형성하는 것은 한 세기 이상이 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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