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잡지 1935. 2. 12. 제28권 793호, “병이던가! 마귀던가?” pp.622-625.
(현대어 표기로 바꾸고, 띄어쓰기와 구두점을 첨가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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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담배 한대를 피어물고 점심밥이 들어오기만 고대하고 앉아있는데... 문을 열고 내다보니 한 젊은 여자가 공소방을 향하여 춤을 추고 절하며 남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음성으로 정신없이 뛰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신부는 보다 못해 한번 엄포할 작정으로 그녀보고 호령하였으나, 그 여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눈을 한 번 떠보지도 않고 입으로 “관음보살, 관우, 장비” 그런 말을 차서 없이 부르며 더욱 날뛰어 부산하였다...
또다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그 여자는 서슴지 않고 여교우방을 건너 신부가 방금 식사를 하고 있는 제대방으로 뛰어 넘어와서는 제대를 향하고 서서 춤추고 노래하고 펄펄 뛰면서 활극을 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벅구놀음을 치더니 별별 소리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이놈들, 너희들만 천당가니? 나도 간다. 성교(聖敎)를 하면 다 천당 갈 줄 아니?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경문을 잘 배워야 된다. 그까짓 껍데기 성교는 그만 두어라. 암만하여도 천당은 고사하고 지당도 못간다. 성교를 하려면 진심으로 하여야 된다. 선생님과 같치 지금 내가 이 방중에 누가 성교를 잘하고 못함을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보통 말도 아니고 창가 음성으로 곡조를 섞어가며 한참 동안이나 춤추고 노래부르며 펄펄 뛰는데 신부는 곁에 앉았으므로 얼굴은 아니 보이고 발만 보이니 방바닥에서 예사로 한 자 이상을 뛰는 것을 보았다...
한 교우가 신부에게 말하기를 그 여자가 “대신”이 들렸으니 “대신”을 떼어달라고 부탁이 있었다 한다. 신부는 떠나감으로 할 수 없으니... 내가 간 다음에 교우들이 모여서 그 여자를 잡아놓고 엄포를 한 후 성수를 뿌려주며 경문을 하면 “대신”을 뗄 수 있다 하였다. 참교우들은 신부의 말을 준행하였다...
한국판 엑소시스트.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신부는 줄행랑을 치고 교인들끼리 여자를 붙잡아 천주교식 축귀를 했다는 것이 차이점. 그 이후 이 여자는 착한 교인이 되어 신앙의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본문 중에 성교를 잘한다는 표현은 오해하지 말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