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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구 문제의 황당함

by 방가房家 2023. 5. 19.
김진호 선생의 “종교인구 문제의 ‘황당함’과 ‘곤혹스러움’”은 작년에 나온 2015년 인구총조사 종교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을 열어준 글이었다. 발표를 들으며 들었던 ‘도움 받은 생각 + 혼자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본다.
 
 
 
1. “황당한 개신교 신자 수, 종교학의 곤혹스러움”
2015년 통계가 발표되기 이전 개신교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좋지 않고 교단 통계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자는 큰 폭의 감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967만명으로 국내 최대 종교를 기록. 학자들로서는 예상 못한 결과였다. 나 역시 이전 통계를 기반으로 뻘소리를 한 적이 있어 후끈거리는 결과. 황당하고 곤혹스러운 것이 맞다. 비유하자면 여론조사 갖고 딴소리 하던 정치평론가들이 작년 총선 이후 할 말이 없어진 상황과 비슷하다. 그런데 종교통계 발표 이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 글을 본 적이 없다. 황당하다는 솔직함이 이 글의 최대 장점이다. 그것이 분석의 중요한 출발지점이다. 이 글 하나로 황당함이 100% 해소될 수는 없어도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이 솔직함에 기인한다.
 
2. “2005년에 개신교 신자임이 낮게 표기된 것과 2015년에 높게 표기된 사이에는 두 조사 응답자들의 종교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인식 기준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나에게 2015년 조사가 준 깨우침은 이전의 전수조사(1985, 1995, 2005)에 대한 맹신이 깨졌다는 것이다. 인구총조사의 종교 항목은 이전의 부풀려진 교단통계 자료만 있었던 종교학계에 복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신빙성을 지녔기에 많은 종교학 논문에 이 수치가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이전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2015년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어서(10%인터넷 + 10%방문) 학자나 교단(특히 불교)에 따라서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조사 방법이 다르다는 점은 중요하다. 많은 언론 자료에서 2005년과 2015년을 비교하는 분석을 하였는데, 다른 조사방법에서 나온 결과를 갖고 병렬해서 얼마나 증가했느니 감소했느니 하며 비교하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른 데이터인 것이다. 내 생각은 오히려 2005년도 조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 감으로는(정확한 근거는 없음), 2015년 결과는 1995년 결과의 연장선상에서 읽히며 2005년 결과는 튀는 자료이다. 2005년은 개신교의 과소와 가톨릭의 과대가 특징이다. 그러나 1995년부터의 추이를 보면 2015년에 개신교는 교세를 유지했고 가톨릭은 건실하게 성장하였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통계자료 역시 해석의 대상이라는 학문의 기본이 지금까지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진호 선생의 글은 2005년과 2015년의 사회적 분위기의 차이, 개신교와 종교에 대한 이미지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종교 정체성 응답이 사회적 분위기에 좌우된다? 전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생각인데, 매우 유력한 가설이다. 
정치 통계에 많이 속아보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선거 지지도 조사가 나오면 그 추이를 읽는 정도로 참고하지 그 수치를 절대화하지 않는다. 어떤 후보가 30%가 나왔다고 진짜 국민의 30%가 그를 지지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전 조사보다 몇 %가 오르고 내렸는지만 본다는 것이다. 종교 통계에 대한 나이브한 생각도 버려야 할 시점이다. 
 
3. “인구센서스는 오직 하나의 종교만을 선택하게 한다.”
인구총조사의 종교통계의 문제로 처음부터 제기된 쟁점인데, 이번에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1인 1종교라는 조사의 전제가 한국종교문화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종교조사는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종교를 꼭 가져야 하는 상황이 초래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사례가 참고할만하다.) 종교조사가 인기투표처럼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건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만 조사의 중요한 성격을 지적한 말이라고 본다. 예컨대 2005년에는 개신교라고 밝히기가 더 부끄러웠고 가톨릭에 대한 호감을 표(?)로 나타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5년은 조사기법상 그런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4. “종교 너머의 종교성”
종교학에서 흔히 말하는 ‘종교적인’ 사람들이 이번 조사에서 ‘종교 없음’으로 잡혔다. 종교문화를 담아낼 수 없는 경직된 종교개념으로 짜인 조사의 참상이다. 그렇다면 종교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종교사회학에서 어떤 이론을 내놓는지 모르겠지만 선명한 해결 방안은 아직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고민할 부분이다. 6할이 넘는 무종교인들. 지금은 종교가 없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시대, 다른 말로 무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시대이다. 이 종교 없음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가 지금 종교학의 핵심적인 물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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