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테레사 베르거, <<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 안선희 옮김 (CLC, 2020).
디지털 예배에 대한 최신 논의를 알기 위해, 정보 습득의 차원에서 집어든 책인데, 이론적으로도 깊이 있게 정리되어 있어 많은 공부가 되었다. 저자는 가톨릭 전례학자로서 디지털로 매개되는 가톨릭 미사가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마치 코로나 이후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듯한 통찰력 있는 견해이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가톨릭이 ‘모인 회중에 대해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거기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책이 쓰여진 2018년 이전) 프란체스코 교황의 행보가 그의 낙관론의 근거가 된다. 그리고 그가 예측한 대로 2020년 현재 성사의 효력이 디지털로 매개될 수 있다는 입장이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식화되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환경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그것이 가톨릭 성사의 기본적인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전례는 “근본적으로 물질적이며 감각적”이었다. 디지털 환경 역시 물질적이다. 물질을 통해 매개된다는 기본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과거부터도 예배에 대면 참여가 필수가 아니었다는 사례를 제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메모해둔다.
-11세기 베네딕트회 수사 다미아노(Peter Damian)가 쓴 마사에 관한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조차도 교회의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신자로서 하나가 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86) 교회가 성령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물리적 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성도들과 교통(communion)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한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 물리적 공간 때문에 신자들과 함께 모이지 못할 때조차도 진실로 모두와 함께 하는 것”(87)
-13세기 여성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눈으로 보는 성찬식이라는 개념’이 발달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바이넘의 연구에서 제시되듯이, 남성 사제에 의해 성체성사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여성 신비가들은 환시 속에서 빵과 포도주를 받는 경험과 그리스도가 직접 먹여주는 신비를 체험하는 경험을 했다.
아시시의 클라라(Clare of Assisi)의 사례도 있다. 클라라는 아파서 나갈 수 없을 때 환시 속에서 미사 장면으로 보게 된다. 그 환시가 너무 선명하고 참석자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정도라서 참석을 인정받게 된다. 1957년에 교황청에서는 이를 근거로 그녀를 텔레비전의 수호성인으로 지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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