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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20세기초 한 종교 덕후의 이야기

by 방가房家 2023. 5. 18.

“문화로 엘리자베스 A. 고든, <<도의 상징들: 영국 여성이 바라본 동양과 서양의 신앙>>, 신종범 옮김 (살림, 2013).

기묘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20세기초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의 절을 두루 돌아다닌 저자의 경험과 당대 동아시아 관련 연구들 독서, 그리고 고대 기독교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뜨겁게 융합되어 있다. 저자의 지식 세계와 나의 지식 세계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것은 시대 차이라기보다는 성향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책에는 낯선 정보들이 가득한데, 이것을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읽으면 하루에 몇 쪽 읽지 못할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죽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 긴장해서 받아들일 내용이다. 예를 들면 저자는 불교의 삼불(三佛)을 아무 고민 없이 기독교 삼위일체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박식한 종교 지식 속에서 비슷한 것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정신없이 연결된다. 그것이 저자가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일 것이다. 점잖게 말하면 종교에 관심 많은 아마추어,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종교 덕후의 블로그를 읽고 나온 느낌이다. 20세기초의 상상력 풍부한 종교애호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요즘엔 종교의 이동성, 쉽게 말하면 여행의 관점이 강조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좋은 자료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절을 훑고 다닌 영국 여성 여행가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불교 문헌은 <서유기>이다. 그는 <서유기>를 <신곡>, <천로역정>과 비견되는 명작으로 꼽으며 끊임없이 세부 내용들을 비교한다. 모두 종교 여행기이다. 네스토리우스 교회의 중국 선교, 마르코 폴로의 원나라 방문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사건이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기독교와 불교 전통의 유사성, 서양과 동양의 만남과 상호영향, 동서양의 달라 보이지만 동일한 상징적 의미들이다. 유사성에 기반을 둔 인상비평적 비교의 향연이다.

책 제목 “The Symbols of ‘the Way’”는 “도의 상징들”이라고 번역되었다. 당연한 번역이다. 그런데 저자를 포함해 동서양을 횡당한 종교인들이 주인공이고, 동서간의 만남과 교류가 주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길의 상징”이라는 뜻도 함께 들어있는 제목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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