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들이 실린 1908년의 사진 여행기를 읽다.
Burton Holmes, <<Burton Holmes Travelogues vol. 10>> (New York : The McClure company, 1908) 인터넷 아카이브를 통해 읽을 수 있었음.
(참고: 버튼 홈즈의 공식 홈페이지, 그가 찍었다고 하는 1899년 서울 영상: 글 마지막에)
당시 나온 책들 중에서 최고의 편집 상태라고 생각되는 세련된 책이었다. 책의 앞부분 디자인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지로서 한국을 소개한 책에서 깊이 있는 서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해 서구인들 사이에서 전형화되어 있는 진술일 것이다. 종교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그러하다.
“[불교가 미미하게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에는 종교가 없다(Korea has no religion). 불교는 상류층에게 무시 받아 왔다. 기독교는 고난 받고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좋은 출발은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다. 유교는 일제가 유교 경전과 한문책으로 이루어진 오랜 전통의 과거 제도를 폐지한 이후 영향력을 잃었다. 그러나 한국에 신들과 사제들에 대한 신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인의 마음은 귀신(demon)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무당이라고 불리는 마법사의 명령과 행위에 종속되어 있다. 무당은 마을마다, 그리고 나무와 집 서까래마다 떼 지어 살고 있다는 귀신을 쫓아내거나 피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졌다고 우긴다. 그것들은 죽은 후에도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무덤 자리를 정할 때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귀신에게 적절한 예를 갖추어야 한다. 미신은 한국인의 능력을 좀먹고 있다.……”(91-2)
한국의 ‘종교 없음’ 진술에 깔린 개념 구도는 책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미신=귀신신앙(demonology)과 참된 종교의 대립이라는 점이 더 확실히 드러난다.
“선교사들은 한국인의 마음에서 귀신신앙(demonology)의 거미줄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귀신신앙이야말로 편견과 관습으로 얽어매어 진짜 종교(real religion)를 들여오는 것을 막는 장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111)
하나 부가하면, 이 책에서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진은 보도각백불 사진이다. 현재 홍은동 옥천암에 있는 이 마애불이 당시 서양인의 대표적인 답사처가 된 사연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