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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고통의 문화사” 요약

by 방가房家 2023. 5. 15.
“고통”이라는 제목 책. 영어본의 서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Javier Moscoso, <Pain: A Cultural History> (Palgrave Macmillan, 2012)
아래 내용은 책 주제를 요약해 발표한 자리에서 사용한 유인물이다. 너무 간략하지만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이 있다는 정도로...
 
[저자] 하비에르 모스코소Javier Moscoso
스페인 국립연구원(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CSIC) 역사학, 과학사 과학철학 연구교수.

[구성] 여덟 개의 주제topoi(경험이 소통되는 공통된 자리)를 통해 본 고통의 역사

[1. 재현representation] 근대 초기(중세 말)의 고통은 폭력의 쇼(spectacle of violence)에서 재현되었다. 순교한 성인의 육체, 처형당한 범죄자, 해부학 시연에서 절단된 시체는 고통의 현존이나 부재가 아로새겨진 몸을 통해 모범이 되는 유형을 재현하였다.

[2. 모방imitation] 모방은 말과 육체적 실체, 언어와 세계 사이의 관계의 괴리나 왜곡을 반영하는 상황이다. 기사 모델을 모방하는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것은 육체적 고통과 도덕적 괴로움, 개인적 고통과 타자의 고통, 내적 드라마와 외적 비극 사이의 긴장이다. 그리스도를 모방한 수녀들의 수난애호증(philopassianism). “그들은 살기보다는 복제한다. 그들은 느끼기보다는 모방한다.”

[3. 공감sympathy] 고통 드라마에서 관람자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경우. 18세기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고통의 정확한 측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서 지켜보는 이가 타자의 고통을 지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계몽주의 시대에 동물, 노예, 정신병자, 어린이 등의 타자에 대한 거리를 확보하고 시선을 부여하는 과정이 과학적 측정, 미학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였다.

[4. 일치correspondence] 이전보다 고통의 과시는 잦아들었지만, 고통이 만연했던 19세기. 식민지의 수탈, 교육 제도, 산업 시대의 노동 환경, 동물 실험, 마조히즘의 등장. “고통은 더 이상 신의 선택의 징표로 입증되기보다는, 역사 발전을 주관하는 멈출 수 없는 법칙의 일부로 해석되었다.”
18세기 말, 19세기 초 ‘임상의학의 시선’과 일치하지 않아 제거된 듯이 보였던 ‘환자의 이야기’는 고통의 문제에서는 여전히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5. 신뢰trust] 마취의 발명에 따라 새로운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 “의사는 더 이상 사형수처럼 행동하지 않고 신사처럼 행동하였다. 반면에 환자는 더 이상 성인처럼 수술을 참는 것이 아니라 시체같이 되었다.” 고통의 의미에 여러 새로운 물음을 야기하였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가해진 해를 고통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의식적인 고통에 대한 논의는 후에 프로이트가 발견한 개념의 전조가 된다.

[6. 서사성narrativity] 19세기 다양한 자료에서 나타난 고통과 아름다움/쾌락의 연결. 부르주아 상업주의 분위기에서 고통의 외설성은 소비재로 등장한다.

[7. 정합성coherence] 여전히 문제가 되는 환자의 시각과 임상적 시선의 차이. 정신의학에서는 기존의 육체적 병소 외에 환자의 증언이라는 새로운 의학적 증거가 출현하였다. 환자가 정합성 있게 고통받는 감각과 감정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 질병의 근거로 인정받게 되었다.

[8. 반복reiteration] 20세기에도 환자들의 육체적 고통은 반복되고 있다. “질병은 존재한다고 우리가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 현상이다.” 고통도 그러하다. 현대 의학의 세 고통 담론: 급성 고통, 극심한 고통, 만성 고통


[서론에서] 인상적인 대목들

-“고통은 역사를 갖는다.”
“이 책은 고통을 물질화하거나 대상화하는 연속적인 형태들에 관한 책이고, 수 세기에 걸쳐 인간 괴로움suffering의 이해를 가능하게 해온 수사적 양태에 관한 책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엄밀한 의미의 역사에 관한 책이 아니고, 책 제목에도 불구하고 문화사에 관한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특정 유형의) 경험의 역사적 인식론에 관한 책이고, 고통의 실재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내는 데 역사적으로 사용되어온 수사적 수단과 설득 수단에 관한 책이다.”(2)
“경험의 역사에 관한 한, 문제는 어떻게 의식의 사적 내용에 접근하는지를 아는 것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괴로움 경험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말로 표현되었는지를 아는 것으로, 즉 고통의 길을 가는 여행이 어떻게 물질적인 피해 앨범으로 결정화되었는지를 아는 것으로 구성된다.”(3)
“고통은 가르쳐지는 것일 뿐 아니라 배워지는 것.”

-통과의례의 구조
“구조적 관점에서 볼 때, 고통은 하나의 드라마이다.… 고통 드라마는 순차적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보상을 요구하는 결렬의 순간을 포함하는 역동적 구조를 보여준다. 그것은 통과의례의 기본 형태를 공유한다. 즉, 고통을 겪는 사람은 리미널한 공간, 미지정된 지역에 산다. 괴로움이 끝나지 않는 한, 고통받는 사람은 분리와 화해 사이에서 방황한다.”(6)
“리미널리티는 인간 괴로움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모티브를 이룬다. 고통받는 사람은 17세기 수녀들처럼(2장) 그림자 사이에서 살거나, 16세기 동정녀 순교자처럼(1장) 인간과 초인 사이에 살거나, 심지어는 마취 상태의 남녀처럼(5장)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산다.”(6)

“고통받는 사람은 자신의 감각과 피해 측정을 제한하고 조건 짓는 매개적 공간, 공동의 공간 안에서 느끼도록 배운다. 이 공동의 공간에서 경험은 고통을 고통으로, 괴로움을 괴로움으로 인지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언어화된다. 또 이와 반대로 해로운 경험에서 즐거움을 취하는 식으로 언어화되기도 한다. 생리적 고통과 주관적 표현의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일치를 깨부수게 해주는, 경험의 단일한 형태와 문화적 변화라는 이원성이 없다면, 종교적 금욕주의, 성적 마조히즘의 역사, 또 만성 고통, 중세 말의 폭력 재현, 위약 효과의 역사는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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