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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근대의 입장

by 방가房家 2023. 5. 11.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종교와는 직접 상관은 없다. ‘종교와 동물’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공부하게 되었다. 다음은 서양 근대 형성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을 개괄한 글에 대한 나의 발제문이다. 다음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

Adrian Franklin, "'Good to think with': Theories of human-animal relations in modernity", <Animals and Modern Cultures> (1999), 9-33.
 

 

‘좋은 생각거리’: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근대성 내의 이론들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의 연구에서는 동물에 대한 이론화와 분류체계가 사회적 사유를 의미하거나 코드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어떻게 동물이 지금의 꼴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유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변화에 관심을 둔 보다 역동적인 설명을 요청한다. 

저자는 현재 동물에 대한 태도의 지배적인 이상형을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이 장은 서양의 근대화 과정에서 이 생각의 줄기들이 어떤 배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1)감정적인(센티멘털한) 태도: 동물 애호가이며 반려동물이나 애완동물을 가진 경우가 많음. 동물 프로, 동물원, 국립공원 여행을 즐김. 대부분 고기를 먹고 실험에 동물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멸종 동물에는 관심을, 사냥에는 모호한 감정을 가짐.
(2)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 한쪽 극단.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음. 동물의 자유를 얻기 위한 활동. 채식주의자이며 동물 제품을 거부함.
(3)신다윈주의자: 자연에서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 감성적 태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사랑하여 자연, 동물과 진짜 관계를 누리려 함. 동물 보호에도 참여하고 자연사도 관심이 있음.
 
 
1. 도시화와 계몽주의
1-1. 키이쓰 토머스Keith Thomas의 <<인간과 자연 세계: 1500-1800 영국에서 일어난 태도 변화Man and Natural World>>의 주요 주장: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근대 초기의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18, 19세기의 감정적인 태도로 변화하였다. 이 새로운 태도의 주된 원인은 도시화와 결합된 계몽주의였다.”
 
1-2. 근대초의 인간중심주의 관점에서는 동물에 대한 (지금 관점에서 볼 때) 잔인하고 공격적인 태도가 용인되었다. 그것은 인간과 동물의 거리를 확보하여 인간/동물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행위는 ‘금수禽獸’의 짓이기에 잘못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3.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1)자연사, 생물학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중심주의가 손상되었다. 세상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중심 없는 체계라는 사실이 받아들여졌다. (2)도시화로 인해 동물과의 거리가 생겼다. 전에는 동물과 인접해 있던(환유적) 생활이었다면 도시 생활은 동물과 인지적 거리를 가진(은유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1-4. 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일어났다. (1)이전의 동물 분류가 동물의 유용성에 근거해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해부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내적인 구조적 특성에 따라 이루어졌다. (2)도시에 사는 중산 계층을 중심으로 애완동물 기르기가 나타났고, 동물에 대한 정서적 반응도 생겼다. ‘애완동물은 흔히 하인보다 잘 먹여졌다.’ 동물의 지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가 확대되었다.(cf. 영물?) (3)그러나 노동계급에는 이런 변화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투견鬪犬, 곰 골리기bear-baiting, 투계鬪鷄 등 정제되지 않은 시골의 동물에 대한 환유적 놀이가 성행했고, 말과 마부처럼 착취적인 경제적 관계도 존재했다.
 
1-5. 저자는 도시화의 영향에 방점을 찍은 토머스의 ‘시골-도시, 전통-근대 모델’에 다소 성근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근대의 경제적, 기술적, 도덕적 구성으로 환원되기 보다는 사회적, 공간적, 경제적 변화, 의도치 않았던 철학적 과학적 담론, 사회적 갈등, 구분, 계급의 복합적인 상호관계로 분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미시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1) (2)도시화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그렇게 이전과 단절적인 상황을 만들었는지는 의문스럽다. (3)애완동물만 강조되었는데, 당시 사냥과 낚시에 대한 열광이 있었음도 설명되어야 한다. (4)변화의 주체로 교육받은 중산층만 강조되고 노동계급은 배제된 측면이 있다.
 
 
2. 국가, 사회 구성, 자기통제
2-1.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문명화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관계와 사회적 행위의 변화, 구체적으로 동물에 대한 폭력과 잔인성에 대한 우려와 의혹이 증가했다는 사실과 근대 국가 시민들 사이의 폭력의 제어와 제한이 점증했다는 사실의 연결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2-2. 엘리아스와 더닝에 따르면(Quest for Excitement), 스포츠는 단순히 생활의 긴장을 이완하는 것이 아니라, 흥분의 표출하고 쾌락의 긴장을 위한 안전한 영역을 마련하고 어떤 ‘결과’를 배출해서 해소함으로써 제어하는 수단이다. 그들이 본 스포츠의 역사는 폭력성의 점진적인 감소이다. 
 
2-3. 동물도 스포츠와 관련이 있었으며, 매우 폭력적이었다가 19세기 이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인간-인간의 경쟁뿐 아니라 동물-인간의 경쟁도 스포츠가 된다. 로마 시대 검투사(혹은 기독교인)과 이상한 동물의 경쟁, 오늘날 스페인의 투우가 그 예이다. 긴장 관계의 형성이라는 특면에서 낚시도 좋은 예이다. 투견, 투계에서 나타나는 동물-동물의 경쟁도 역시 긴장을 형성한다. 
 
2-4. 이러한 현상을 토머스 식으로 설명한다면 인간과 동물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상징적, 표현적representational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보다는 엘리아스 식의 쾌락적 설명을 따른다. 동물 스포츠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폭력을 용인할 수 있는 역치閾値이다. 상징적 설명은 인과를 혼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잔인한 스포츠는 쾌락에 관한 것인데, 그것이 의도치 않게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강화한 것일 수도 있다.
 
2-5. 그러나 근대성을 동물에 대한 박애의 감정의 증가로만 규정한다면 인간-동물 관계의 파편화된 특성과, 그리고 그에 모순되는 실천의 존속을 놓치게 된다. 저자는 토머스와 엘리아스의 설명에 공히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시기 사냥의 유행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낭만주의 운동이 고려되어야 한다.
 
 
3. 낭만주의의 시선
3-1. 이성의 시대는 인간과 동물의 거리를 정당화한다. 둘 간의 차별성으로 인해 고기를 먹는 것이 정당화 되었고, 고기 요리는 그 경계를 확정하는 의례였다. 그러나 낭만주의는 그와 반대되는 관점을 갖는다. 예를 들어 루소는 자신 안의 동물성을 발견하고 자연 안의 미와 완벽을 발견한다. 여기서 두 흐름이 나온다. (1)인간은 야성을 지녔고 사냥, 야생 과일 채취를 통해 자연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스포츠, 레저, 여행을 통해 표현된다. 동물과 자연계를 새롭게 소비하는 근대적 형태이다. (2)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것만 얻으며 환경에 순응하면 된다. 동물의 학대, 더 나아가 애완동물, 동물원을 종식시키고자 하며 채식주의로 나아간다.
 
3-2. (동물 애호)낭만주의의 유산은 현대의 동물권 선언의 잠재적 담론으로 기능하였다.
 
3-3. (사냥)진화론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조상은, 적자생존의 자연에서 무기를 들고 다니는 킬러 유인원이었다. 미국에서는 사냥 여행과 건강의 회복이 영적인 고양과 연결되어 칭송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건강치 못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힘찬 남성다움을 얻을 것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테오도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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