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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 성유골

by 방가房家 2023. 5. 2.

성인전은 보편적 진리를 예증하기 위해 특수한 사실을 희생하여 쓰여진 글.

 
성인전의 내용이 오늘날 ‘역사적 사실’이라고 간주되는 것에 근접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세 성인전 작가가 성인 전기를 집필한 목적은 성인의 인격이나 개성에 관한 모든 것을 독자에게 말해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모든 시대 모든 성인에게 공통되는 성스러움의 보편적인 특징을 어떻게 보여주는가를 예증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예증이 성인의 생애와 죽음의 독특한 점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시되었기 때문에 성인의 보편적 특징을 예증하는 본보기와 일화들은 특정 성인의 생애에서 반드시 따올 필요가 없다.……성인전은 특정 사실보다 본원적 진리를 우선시하는 성인의 정형화된 세계관, 즉 다른 성인전에서 조금씩 따온 ‘상투적 정형들’(topoi)로 이뤄진 세계관을 담고 있다.
패트릭 J. 기어리, 『거룩한 도둑질: 중세 성유골 도둑 이야기』, 유희수 옮김 (길, 2010), 33.
 
성유골(relics)은 사람들 사이에 살아 있는 존재.
 
중세 전기 사람들은 성유골을 살아 있는 존재로, 아니 그것에 도움을 간구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했다.……‘유골을 통해 드러난 성인의 권능’이니 ‘영적 실재의 물리적 표상으로서의 성유골’이니 하는 추상적 관념은 성유골이 무엇인가에 대한 중세인의 개념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성유골은 사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계속 살고 있는 성인 그 자체다.
패트릭 J. 기어리, 『거룩한 도둑질: 중세 성유골 도둑 이야기』, 유희수 옮김 (길, 2010),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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