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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일컫는 방房

by 방가房家 2023. 4. 27.

네덜란드의 한국학자 왈라벤의 다음 논문에는 “무당의 범주”라는 부록이 짤막하게 실려 있다. 간단하지만 주목할만한 내용이어서 번역해 실어둔다.

Walraven, Boudewijn C.A. "Shamans and Popular Religion Around 1900," In Henrik H. Sorensen, ed. <<Religions in Traditional Korea>> (Copenhagen: Seminar for Buddhist Studies, 1995), 130.
신문에서 ‘방房’으로 끝나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방은 제주도에서 무당을 가리키는 말인 심방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이다. 이 이름들이 개인의 별명을 의미하지 않음은 그 맥락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첫 번째 이름[작두방]은 겉으로는 그런 식으로도 사용되긴 했지만. (이하의 내용은 <대한매일신보> 1906년 5월 30일에서 뽑아낸 목록임.)
 
작두방: 장군신의 내림을 받을 때 날카로운 짚 절단기(작두斫刀) 날 위에 오르는 무당. (<제국신문> 1898년 9월 27일에도 등장.)
신장방: 장군신(신장神將)을 모시는 무당. (<대한매일신보> 1908년 8월 14일에도 등장)
서기방: ? (서기瑞氣는 상서로운 기운을 뜻함)
불사방佛事房: 석가모니를 모시는 무당.
용궁방: 아마 용왕을 모시는 무당을 말하는 것 같음. (용궁龍宮은 ‘용의 궁전’)
대감방: 대감大監 신격을 모시는 무당. (<독립신문> 1896년 5월 19일에도 등장)
 
방房이 사람을 일컫는 접미사로 사용된다는 것, 생각해보지 못했다. 왈라벤의 설명대로 심방에서 방이 그런 뜻으로 사용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사전에서는 ‘신의 성방(刑房)’의 준말로, ‘신방(神房)’의 자음동화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한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 풀이) 하지만 제주도의 용법이 확장되어 이런 표현들이 사용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백 년 전 사례들인 만큼 이후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사례를 모으면 일반화된 설명이 더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후에 “방房의 문화사적인 의미”(이건 필생의 작업이 될 듯!)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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