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국학자 왈라벤의 다음 논문에는 “무당의 범주”라는 부록이 짤막하게 실려 있다. 간단하지만 주목할만한 내용이어서 번역해 실어둔다.
Walraven, Boudewijn C.A. "Shamans and Popular Religion Around 1900," In Henrik H. Sorensen, ed. <<Religions in Traditional Korea>> (Copenhagen: Seminar for Buddhist Studies, 1995), 130.
신문에서 ‘방房’으로 끝나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을 볼 수 있었다. 방은 제주도에서 무당을 가리키는 말인 심방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이다. 이 이름들이 개인의 별명을 의미하지 않음은 그 맥락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첫 번째 이름[작두방]은 겉으로는 그런 식으로도 사용되긴 했지만. (이하의 내용은 <대한매일신보> 1906년 5월 30일에서 뽑아낸 목록임.)작두방: 장군신의 내림을 받을 때 날카로운 짚 절단기(작두斫刀) 날 위에 오르는 무당. (<제국신문> 1898년 9월 27일에도 등장.)신장방: 장군신(신장神將)을 모시는 무당. (<대한매일신보> 1908년 8월 14일에도 등장)서기방: ? (서기瑞氣는 상서로운 기운을 뜻함)불사방佛事房: 석가모니를 모시는 무당.용궁방: 아마 용왕을 모시는 무당을 말하는 것 같음. (용궁龍宮은 ‘용의 궁전’)대감방: 대감大監 신격을 모시는 무당. (<독립신문> 1896년 5월 19일에도 등장)
방房이 사람을 일컫는 접미사로 사용된다는 것, 생각해보지 못했다. 왈라벤의 설명대로 심방에서 방이 그런 뜻으로 사용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사전에서는 ‘신의 성방(刑房)’의 준말로, ‘신방(神房)’의 자음동화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한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 풀이) 하지만 제주도의 용법이 확장되어 이런 표현들이 사용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백 년 전 사례들인 만큼 이후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사례를 모으면 일반화된 설명이 더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후에 “방房의 문화사적인 의미”(이건 필생의 작업이 될 듯!)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