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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궁극적 실재의 방편

by 방가房家 2023. 4. 27.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신을 믿는 것”이라고 종교를 정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이 기독교 위주의 종교 개념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의는 계속 상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을 강조하는 기독교식의 정의를 교정하는 가장 좋은 사례는 뭐니 뭐니 해도 불교이다. 

유럽의 불교인들은 서구적인 종교 개념의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알아차린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독일의 불교”라는 김명희 선생님의 발표의 한 대목이다.
 
달케(Paul Dahlke, 1865-1928)는 종교가 인격신에 대한 믿음과 동일시되면 종교로서 불교를 정의할 때 불교가 ‘신 없는 종교’의 구조를 갖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문제시하였다. 그리하여 달케는 종교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삶의 저편’에 대한 질문이라고 역설하였다. 단지 이 질문의 답이 실재로부터 주어질 수 없을 때 종교적 방편개념으로서 ‘신’이 필요한 것이다. 즉 인류의 견실한 발전을 위해 방편으로서 ‘신’ 개념이 필요하다는 게 달케의 주장이었다.
 
독일 불교인 달케에 대해서는 이 글(이동호, “유럽불교의 개척자들”)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편이다. 그는 종교는 삶의 저편에 대한 질문이라고 했다. 멋있는 표현이다. 신은 ‘저편’에 대한 하나의 상징, 불교적인 언어로는 방편이다. 저편은 ‘무한자’나 ‘궁극적 실재’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표현이다. 그의 설명 논리는 불교적인데, 여기엔 쉽게 거부하기 힘든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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