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성서에게 어떠한 컨텍스트가 되었는지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처음 한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전개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건이었을 것이다. 19세기 말에 한국에 들어온 서양 선교사들이 이 미지의 땅에서 오히려 자기 땅보다도 성서의 맥락에 친숙한 면들을 만나 경이로워했다는 기록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러니까 본국인 북미보다도 한국 땅에서 성서의 배경인 고대 이스라엘의 문화에 근접한 모습들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발견들은 우연한 것들이고 본질적인 연관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리가 흔히 그렇게 하듯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의 유사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우리 생각 방식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리라. 그럼에도 그러한 발견은 당사자의 삶에서 중요하다. 성서를 삶의 텍스트로 살아오던 이에게, 한국이 성서의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컨텍스트를 제공한다는 확신이야말로 선교사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제임스 게일은 한국 문화에 가장 조예가 깊었던 선교사였다. 어찌 보면 한국 문화에서 성서의 컨텍스트들을 만난 사실이 그의 한국 사랑의 동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890년대 새파란 젊은이로 한국에 왔던 게일이, 1912년의 어느 행사에서 지긋한 고참 선교사로서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그 연설은 한국이 기독교를 위해 예비된 땅이었다는 자기 확신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의 소신에 찬성하고 말고를 떠나, 그가 한국에 대해 가졌던 조예에는 머리가 숙여지는 바가 있다.
(James Gale, "Korea's Preparation for the Bible," The Korea Mission Field 1912, Ma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