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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존 로스의 번역 초기의 낱권 성경들

by 방가房家 2023. 4. 16.

존 로스가 최초 우리말 신약 번역인 <<예수셩교젼셔>>(1887)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1882), <예수셩교 요안네복음젼셔>(1882), <예수셩교 누가복음뎨자행젹>(1883), <예수셩교 요안복음젼>(1883), <예수셩교셩셔 말코복음>(1884), <예수셩교셩셔 맛대복음>(1884), <예수셩교셩셔 요안복음이비쇼셔신>(1885) 등을 낸 뒤에 1887년에 한데 묶어 신약 전체를 낸 것이다.
이번에 <<예수셩교젼셔>> 이전의 낱권 번역들을 간단하게 일람해 보았는데, 대충만 보아도 눈에 뜨이는 중요한 차이들이 있었다.


1. 이것은 최초로 우리말로 번역된 <누가복음>(1882년)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하느님’이다. 로스는 번역에 ‘하나님’을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많이 보급된 <<예수셩교젼셔>>에도 하나님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최초의 번역에서는 ‘하느님’이 나온다. 이것은 하느님/하나님이 단순한 표기의 문제라는 점을 알려준다. 그가 함경도인들과 작업하였기 때문에 하나님 쪽으로 표기가 결정되긴 했지만, 그의 작업에서 하나님이든 하느님이든 별로 중요한 것은 못 되었다는 것이 이런 변화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2. 두 번째로 번역된 책은 <요한복음>(1883)이다. 내가 이 낱권 번역을 확인하고 싶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로스의 편지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는 개정 그리스어 역본의 읽기를 그대로 채용하면서 그 역본이 생략한 모든 단어와 절과 문장을 삭제했습니다. 개정자들은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한 여인 이야기와 마가복음의 결론 부분을 생략하는 데 주저한 듯합니다. 그러나 저는 둘 다 삭제했습니다. 마가복음의 결론은 선행 구절들에 대한 추가 연장이라고 모든 학자들이 의심하지 않으며, 간음한 여인 이야기는 비록 그 진정성에 대한 증거가 없지 않지만 신빙성이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글 역본이 완전히 새로운 번역이므로 저는 개역자들처럼 이 구절들을 생략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1883년 1월 24일 로스가 라이트 박사에게 보낸 편지,” 옥성득 & 이만열 편역, <<대한성서공회사 자료집>> (대한성서공회, 2004))

요즘 교회에서 마가복음 16장 8절 이후는 후대의 첨가이므로 제외한다거나,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한 여인 이야기( 소위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는 후대 사본에만 나온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면, 고등비평에 물든 빨갱이로 찍히기 십상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30년 전에 성경 번역 작업을 한 로스는 대단히 앞선 성서학적인 안목을 갖고, 당시 새로이 확정된 그리스어 본문에 준하여 번역을 하려고 하였다. 그는 이왕 새로 번역되는 것, 미국 성서보다 더 좋은 한글 번역을 만들자는 의지로 작업을 한 것이다.

나중에 로스의 번역 작업은 서울에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새 번역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로스는 쓸쓸하게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로스의 문제는 평안도 방언으로 한국말을 배웠다는 점이지, 성서에 대한 이해나 지적 능력에서는 당시 선교사들에 비해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히브리어도 할 줄 모르는 미국 선교사들은 미국 성경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을 보는 로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로스는 당시 중국 문헌을 번역한 제임스 레게와도 지적인 교류를 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데서도 이 사람의 지적인 수준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오늘 확인해 본 <요한복음>의 최초 번역에는 8장에서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가 제외되어 있다! <마태복음>의 번역은 미처 확인해보지 못했는데, 거기서도 16장 9절부터는 빠져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참으로 과감한 시도였다. 과감한 시도였기 때문에, 나중의 작업에서는 수정하여 전통적인 본문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다음은 에베소서와 함께 묶여 1885년에 다시 출판된 요한복음이다. 이번 판에서는 전에 없던 절의 구분이 나타난다. 장절의 구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통을 존중한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이번 판에는 전에 빠졌던 부분(7:53-8:11)이 복원되어 있다. 이 복원은 물론 <<예수셩교젼셔>>에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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