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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문화/크리스마스

거꾸로 된 산타클로스

by 방가房家 2007. 5. 31.
영어 회화 수업을 들은 이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풍습을 영어로 이야기하고, 그것이 미국 관습의 무엇과 비슷하다는 초보적인 비교의 행위를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흔히 하게 된다. 이 글에서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산타클로스와 한국 풍속이 재미있게 비교되고 있다.


저자 미상, "A Reversed Santa Claus," The Korean Repository 4 (Dec., 1897): 456-457.


거꾸로 된 산타클로스


서울에 있는 우수한 영어 학교에 한 한국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가르치는 일은 재미가 있고, 또 그 친구는 자주 나에게 와서 자기 공부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하루는 그 친구가 나에게 교재를 읽어주다가 산타클로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발견하고는 이 착한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내게 물었다.

나는 애써서 가르쳐주었는데, 서양인이 서양 것을 아시아 친구에게 설명할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윤색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매우 흥미 있어 하더니 이번에는 한국인에게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게 당신들과 마찬가지에요. 그가 정반대이고 특수한 부분에서 당신들 것과 다르다는 것만 빼고요.”

그는 한 이야기를 해주고 차이점을 지적했다. 물론 거기엔 한국인 편에서의 윤색도 있었을 것이다. 매해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 악령이 지하세계에서 나와서 커다란 고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대로 신을 신어본다고 한다. 신발이 그의 발에 맞으면 그 주인은 죽거나 이듬해 액운이 닥친다.

그래서 이날 밤 한국 사람들은 항상 낡은 것까지 포함해 모든 신발을 모아다 안방에 갖고 들어와 궤짝 안에 넣고 잠그거나 다른 안전한 곳에 두어 이 무서운 고양이 눈에 띄지 않게 한다.

붉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가죽옷에 가죽 모자를 쓰고 긴 부츠를 신고 끝에 징글벨을 울리는 은종을 달고 가는 곳마다 즐거운 음악을 울리고, 금빛 순록 썰매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 굴뚝을 통해 내려와서 너른 등 뒤에는 풍요로운 선물을 한 짐 짊어지고 다니며 집안 아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우리의 고상하고 인정 많고 자애로운 늙은 산타클로스 대신에, 한국 사람들은 악, 괴로움, 질병, 재앙, 죽음을 가져다주러 돌아다니는 사악한 고양이를 갖고있는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와서 선물과 좋은 물건을 양말에 채워주는 것을 바라는 대신에, 한국인들은 눈에 띄는 곳에 양말이나 신을 걸어놓기보다는 숨겨놓고, 무서운 고양이가 와서 역병과 악을 옮기는 발로 신을 신지 않도록 무서워하는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특히 아이들에게만 속한 전유물이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들어있지 않다. 우리는 어린 아이일 때 얼마나 그를 사랑했으며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 밤인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렸는지, 굴뚝으로 그가 선물을 갖고 오는 순간을 기다렸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또 우리들 대부분은 이 좋은 물건들이 실제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리고 사랑스러운 산타가 신화이며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된 그 충격이 얼마나 급작스럽고 고통스러웠는지 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믿음은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강하다. 이 미신은 다른 미신들이 흔히 그렇듯이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고정되고 실재적인 것이 되어 무서움에 떨게 한다.

그러나 이 고양이와 관련해서 한가지 사실이 더 있는데, 이것은 똑똑한 내 한국인 친구도 산타클로스와 비교할만한 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한국인들은 고양이를 쫓아내는 방법을 배우며 그에 대한 치료책, 즉 효과적인 고양이 해독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 중에서 운이 좋아 그믐날 밤에 한국에 있게 된 사람은 황혼녘에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코를 찌르는 독한, 그러면서도 새롭고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 머리카락을 태운 냄새이다. 한국인들은 한 해 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식구들의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모은다. 일 년 동안 모은 머리카락 더미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그날 밤 길가 문 앞에서 이것을 태우면, 귀신 고양이가 사람 머리카락 타는 냄새를 견디지 못해서 많은 양의 머리를 태운 집 앞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다닌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매운 냄새로 보호된 집 앞에 이 고양이가 있다는 사례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 나는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한국에는 오직 ‘악한 정령들’만 있다고 생각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반대로 한국에는 많은 좋은 정령들이 있어서 선물과 복을 주고 많은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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