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山明鏡>>은 1907~8년 <신학월보>에 “셩산유람긔”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을 1909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병헌은 독실한 유교 학자였으나 신비 경험 후에 개신교로 개종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유․불․선 세 종교와 기독교의 대화 형식을 빌어 자신의 종교관을 피력하고 있다. 비록 ‘기독교 중심적’ 시각이 선명하지만 그의 주장을 통해 초기 개신교 신자들의 전통종교 이해의 한 단면과 ‘새로운’ ‘외래’ 종교인 개신교와 전통종교의 조화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윤리론(불교)
“위로 하나님을 존경하고 구세주를 신봉하야 천륜의 이치를 순종하며 아래로 초목금수와 곤중어별을 제어하고 다스려 물륜의 이치를 궁구하고 이 세상에서 부모에게 효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타인 사랑하기를 내 몸과 같이 하야 오륜삼강에 도리를 극진히 행하고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에 사업을 다하며 내생의 영혼까지 구원하야 천당복지에 무궁한 영화를 받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직분이라.”
“대개 사람이 세상에 날 때에 하나님께서 영혼을 주사 만물 중에 가장 귀하게 하셨으니 만국 만민의 큰 아버지시라 불가불 존경하실 것이오 또한 사람마다 부모가 있은 후에 父精母血노 육신이 생겼으니 생육신하신 은혜가 한량없는지라 불가불 효경하고 봉양하야 자식의 직분을 다할 것시오 형제는 한 부모의 혈육을 받아 동기지인이라 불가불 우애할 것이오 임금은 천군백성을 다스리는 대왕이요 우리의 부모라 불가불 충성을 다하여 섬길 것이오 부부는 인륜의 비롯함이오 인생백년에 아름다운 짝이라 불가불 환락하여 자기 몸같이 사랑할 것이오 사해 안에 사람은 다 형제와 자매라 불가불 신의로 교접할지니 이것은 이른바 오륜삼강에도 고금천지에 세세한 이치라 불교가 비록 크다 하나 삼강오상지도를 능히 행치 못하노니 엇지 족히 대도라 칭하리오.”
“부모처자와 형제자매와 군신상하를 일제히 거절하여 헌신같이 버리고 深山窮谷에 불당과 암자를 建築고 주야로 부처 앞에 첨배하며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쉴 새 없이 부르고 마음을 밝히며 성품을 본다하여 參禪 공부를 힘쓸 때에 사람의 윤리와 세상의 의리를 아주 잊어 버리라 하나니 사람마다 불교를 행할진대 倫常이 끊어지고 인종이 泯滅지라.”
<<셩산명경>>, pp. 34-38.
신선론(도교)
“사람이 선술공부를 연단하여 환골탈태함으로 능히 기질을 변화하면 일신이 경쾌하여 삽시간에 능히 천만리를 행할 것이오 천상천하에 임의로 왕래하여 아침에 十洲三山에 가셔 놀다가 저녁에 능히 方丈蓬莢로 다닐 것이오 도솔천궁과 靈山道場으로 한가히 노닐지라 어찌 죽은 후에 영혼이 천당에 가는 것을 좋다 하리오.”
“옛적에 장수한 사람들은 서국에도 많으니 雅烈은 구백륙십 세에 졸하고 馬土撒拉은 구백륙십구 세에 졸하고 挪亞는 구백오십 세에 졸하였으나 신선이란 말씀은 듣지 못하였사오니 사람이 오래 삶으로 어찌 신선이라 하며 장생불사라 하리오. 또한 천상천하에 임의로 왕래한다함은 더욱 거짓말이라. 사람이 육신을 변화한 후에 천국에 들어감도 하나님의 권능이거늘 사람이 어찌 제 힘으로 血氣之身을 가볍게 하여 임의로 천상에 올라가리오.”
“선도를 존중하는 자 항상 노자로 스승을 삼나니 그가 저술한 도덕경에 가로대 하늘에 도는 다투지 아니하여도 이기기를 잘하시고 말씀하지 아니하여도 응하기를 잘하시며 부르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온다 하였으며 또 가로대 천도는 침함이 없어 항상 선한 사람을 친한다 하였으니 일노조차 보건대 노자의 성인으로도 현묘한 리치를 말씀하면 항상 하나님의 도를 칭도한지라.”
<<셩산명경>>, pp. 41-48.
기독교 문명국가론(유교)
“예수교의 종지와 목적을 들은 즉 윤상지리를 발명함이 예전 사람의 지나고 동양 성현이 믿지 못할 말이 많거니와 治國平天下의 도리와 政治學術에는 우리 유교만 못할까 하노라”
“정치제도와 애국사상으로 말할 진대 유도가 엇지 예수교보다 낫다 하리오 공자 당시에 轍環天下 하시되 도를 행치 못하시고 노나라에 벼슬하실 때에 제나라에서 여악을 모내거늘 마지못해 물러가시고 마침내 노나라를 흥왕케 못하셨으며 맹자와 자사도 전국 시절에 나사 각국 왕후를 찾아보시며 말씀하셨으되 마침내 나라들을 부강케 못하였거니와 다 예수교의 신자로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임금에게 충성하여 자기 몸이 죽을지언정 勇進不屈하는 마음으로 나라 정치를 개혁도 하며 풍진전장에 싸움도 하여 자기 보모지국으로 온 세계에 일등문명국이 되게 하였으니 실로 유교인만 못할 것이 없는지라.”
<<셩산명경>>, pp. 7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