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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출판물

[서평] 올곧은 종교를 향한 노학자의 꿈

by 방가房家 2025. 9. 14.

올곧은 종교를 향한 노학자의 꿈”, 김영욱 외, <교차 1: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읻다, 2021).

인류학자 로이 라파포트(Roy Rappaport)의 대작 <인류를 만든 의례와 종교>를 읽고 2021년에 쓴 서평이다. 이 글은 <교차>라는 야심 찬 서평 모음집에 수록되었다. 내로라하는 전문서에 관한 상세한 서평으로 가득한 책이다. 겉핥기식이 아니라 본격적인 해설이 가능한 충분한 분량이 주어지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붙어 작업하였다. 사실 이런 기획임을 알게 된 것은 완성된 책을 보고 나서였다. 알맹이가 찬 글들이었다. 이에 반해 내 글은 일반인을 대상을 한 글이고 내 감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내 글은 전문가적 글쓰기를 원한 기획자 의도에서 약간 벗어났다는 점을, 나는 미세하게 느낄 수 있고 인정한다. 하지만 다시 글을 읽어봐도 이것보다 잘 쓸 능력은 없다. 그저 종교에 관한 책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주어졌을 뿐, 라파포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 내용 소화하기에 바빴다.
판매하는 책이라 내용을 제공할 수는 없고, 마지막 부분의 두 단락만 인용한다.

라파포트는 말년의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고슴도치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고슴도치예요. 나는 관심 있는 큰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 주변을 맴돌고 둘러싸려고 노력해왔죠.” “나는 고구마의 무게를 재는 것부터 절대자 하느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왔어요.” 그의 주변 학자들은 대부분 여우의 길을 가고 있었다. 당시 인류학이 문화라는 세련된 개념에 집중하고 세부 전공에 몰입되어 가고 있음을 개탄하면서도, 라파포트 자신은 묵묵히 고슴도치의 길을 갔다.
우리 시대의 학문은 전공별 세분화의 길을 가고 있고 고슴도치는 멸종했다.……파편화된 논문 공장 안에서 살아가는 나의 눈에, 라파포트라는 고슴도치는 되려 신선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이런 학자는 이 시대에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생각으로만 책을 접했지만, 책을 덮으면서는 학자가 하나의 학문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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