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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선교사문헌

종교로서의 애니미즘에 대한 불만족

by 방가房家 2023. 5. 30.

1910년 에든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회의 보고서 <<World Missionary Conference, 1910: To consider missionary problems in relation to the non-christian world>> 제4권에는 애니미즘 종교를 다루는 장이 있다.(이 자료를 웹상에서 볼 수 있는 곳) 이 글에서 "종교로서의 애니미즘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소절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전통에 불만족을 갖고 있는 지식인 계층(전통적인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서구적 영향에 민감한 계층)의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그것이 선교의 좋은 기회, 혹은 선교를 위한 자원이 됨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 선교 보고서 내용들이 한국 상황과 오버랩되어 눈에 밟히는 것은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은 선교사들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통들로부터 참 비슷한 내용들을 파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전통이 '애니미즘'이라는 단일한 표제 하에 묶인 것이 예사롭지 않거니와, 그 '어리석은' 전통에 대한 불만이 기독교에 유리한 것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독교 선교와의 접촉면에서 새로 성장한 지식인들이 자신의 전통에 비판적이었음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우리의 예를 보아도 유교를 신랄하게 비판한 윤치호(그의 비판은 영어로 된 것이기 때문에, 선교사들의 유교 이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라든지 무속에 대한 양반들의 비판(이것은 서양과의 만남과 무관하게 원래부터 존재해온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맥락이지만 선교사들에게는 비슷한 방식으로 인용되었다)이 선교사들의 한국종교 서술에 흔히 인용되었다. 오늘날의 '무속=미신' 묘사에 이런 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른 생각을 해본다. 전통에 대한 불만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근대 서구에서 지식인 계층은 기독교에 불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이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상황을 역으로 가정해서, 기독교 국가에서 포교할 때 기독교 성직자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무신론자를 통해 포교에 도움을 얻는 상황은 너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찌되었건 당시 선교사들은 이 보편적 불만족을 통해서 자신의 진리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로데시아의 윌더(G. A. Wilder)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몇몇 이교도들은 전반적으로 정령숭배를 불신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힘든 지식인 중에서 그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영매(靈媒)로 여겨지는 사람들 중에서, 나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정령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사기꾼임을 알고 있었다." 반투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와는 반대로, 우간다에 있는 한 여성 선교사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급속한 발달은 마법사의 어리석음 행위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그럽(W. B. Grubb)목사는 남미 인디언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더 지적인 인디언일수록 자신의 신앙에 대해 전적으로 불만족을 느낀다. 그들의 날카로운 이성능력 앞에 [전통의] 이론들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법을 옹호하는 주장은 주로 종의 번영의 필요성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사실은 육체의 욕망에 영합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영혼과 망자의 도시에 연관된 이론들에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은 다른 이론들 중 많은 것들도 그럴듯하지 못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의지력 부족과 인물의 독자성으로 인해 그들은 자신의 잘못된 환경을 공개적으로 끊지 못하고 있다."(17-8)


 

"그들은 사악한 정령 때문에 항상 간직하고 있는 공포에 불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점 때문에 더 밝은 종교를 갈망한다. 그들은 쓰라린 고통을 겪을 때마다 드려야 하는 희생제의와 공물에 드는 큰 비용에 불만족스러워한다. 그들은 또한, 다툼과 증오의 원흉이자 엄청난 고통을 겪는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마법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으로 인해 돈, 가정, 재산을 잃을 뿐만 아니라 인생을 잃게 된 것을 불만스러워한다.……사회 조건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족, 그리고 지식과 사람다운 삶에 대한 욕구는 수천 명의 오라온 사람과 문다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받아들일 기본적인 동기임이 입증된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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