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리스도]는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였습니다.” (베드로전서 3: 19)
이것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성서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해석할 때 생기는 중요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맥락에서 이 텍스트의 기능은 무엇인가? 이 텍스트를 이해하게 해주는 종교 사상적 배경은 무엇인가? ‘spirit’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감옥 안의 영들’은 누구인가? 그리스도는 어디로 간 것인가? 그가 선포한 내용은 무엇인가?”(96)
William J. Dalton, "1 Peter 3:19 Reconsidered," Bo Ivar Reicke, William C. Weinrich (eds.) <<The New Testament Age: Essays in Honor of Bo Reicke Mélanges Reicke Bo Ivar>> (Mercer University Press, 1984)
이 구절의 해석을 다룬 대표적인 다음 저작에서는 위의 물음 중에서 “영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William Joseph Dalton, <<Christ's Proclamation to the Spirits: A Study of 1 Peter 3:18-4:6>> (Roma: Pontificium Institutum Biblicum, 1989)
1. 영들은 지하 세계에 거하던 노아와 동시대의 사람들(하느님에 순종하지 않고 방주에 타자 않았다가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을 말한다. 십자가형 이후 사흘 동안 그리스도의 영혼이 내려가 그들에게 선포한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1-1. 그리스도는 영들을 회심시키고 구원하기 위해 선포한 것이다.
1-2. 그리스도는 죽기 전에 회심한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러 간 것이다.
1-3. 그리스도는 노아 시대 불신자들을 저주하러 간 것이다. 그들은 회개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
이 첫 번째 견해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절을 예수의 지하세계 하강으로 이해한 것은 사도신경에 있는 “저승에 가시어”라는 구절과도 관련된다.(사도신경에 관한 글을 참조할 것) 이런 해석은 알렉산더의 클레멘트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이것은 <베드로전서> 4장 6절(“죽은 사람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진 것”)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영들은 노아 시대 사람들이긴 하지만 홍수 때 땅 위에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리스도는 노아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가서 선포하였다.
3. 영들은 홍수 이전에 사악함으로 인해 타락한 천사들을 말한다.
이 구절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해석 말고도 신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구절이 많이 거론된 이유 중 하나는 가톨릭의 연옥 교리의 형성과 관련해서일 것이다. 천국과 지옥 외에도 제3의 사후 공간인 림보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 구절에서 암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 가톨릭 신학 입장에서도 이 구절이 껄끄러운 구석이 있는데, 그것은 죽은 이후의 회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통의 입장이기 때문.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선포’ 내용을 개종/회심으로 보지 않고 다른 해석을 제시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사람’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졌다는 것에 착안하여 ‘조상’들에게 복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 구절은 전통적으로 복음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 왔는데, 그 해석 방향이 토착적인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쪽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