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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by 방가房家 2023. 5. 28.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종교사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성서 구절이 있다. 시편 68장 31절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이들이 자기 존재의 기원 아프리카에 대한 자긍심으로 갖도록 해준 성서 구절이다.

Princes shall come out of Egypt; Ethiopia shall soon stretch out her hands unto God. (킹 제임스 버전)
“이집트로부터 왕자가 나올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이 구절은 희망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흑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원이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가 이루어지는 자랑스런 곳이라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형성해주어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anism)의 근거가 되었던 구절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에티오피아를 통해 세계의 구원이 성취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에티오피아 천년왕국 운동(Ethiopian millennialism)이 미국 흑인들에 의해 전개되기도 했다. 물론 그 운동의 핵심은 위의 시편 구절이 성취되리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이후의 흑인 종교 운동의 모티브로 지속된다. 예를 들어 가비(Marcus Mosias Garvey, 옆의 그림)가 주도한 운동(UNIA, Universal Negro Improvement Association and African Communities League)의 교리문답서(Universal Negro Catechism)에는 다음과 같은 문답이 포함되어 있다.
문: 시편 68절과 31절에는 무엇이 성취될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는가?
답: “이집트로부터 왕자가 나올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문: 이 구절이 증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 흑인들이 자신들의 통치자를 지닌 아프리카에 정부를 세우리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문서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것이다.)

대부분의 성서 구절의 쓰임새가 그러하듯이,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해석이 성서의 맥락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맥락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이 구절의 상징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 부분의 맥락은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예물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현대 성경에서는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다음 두 가지로 대체적으로 모아진다. (히브리 원문 해석상의 쟁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여러 현대 해석들을 비교해 본다.)
1) 하느님께 예물을 바치는 장면의 묘사. 이집트에서 왕자가 나온다는 것은 이집트 고위관리가 하느님을 찬양하러 왔다는 뜻이며, 에티오피아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는 것은 예물을 바친다는 의미의 표현으로 풀어 설명된다.
Envoys will come from Egypt; Cush will submit herself to God. (NIV)
Force the Egyptians to bring gifts of bronze; make the Ethiopians hurry to offer presents. (CEV)

2) 그러나 종교사적으로 중요한 대목은 뒤의 에티오피아에 대한 구절이다. 이 부분을 예물로 바친다고 의역할 것인지, 아니면 옛날 표현을 그대로 두어 직역할 것인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종교사의 전통을 유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대목이 된다. 그런 면에서 직역을 고수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Let bronze be brought from Egypt; let Ethiopia hasten to stretch out its hands to God. (NRSV)
Envoys will come out of Egypt; Ethiopia will quickly stretch out her hands to God. (NASB)

우리말 성경에서도 해석의 다양성이 있다. 우선 한글개역판. 의미를 잘 살리고 있지만, 구스라는 알기 힘든 지명이 눈에 걸린다.
고관들은 애굽에서 나오고 구스인은 하나님을 향하여 그 손을 신속히 들리로다.

표준새번역은 의미를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는 좋지 않은 번역이 된다.
이집트에서는 사절단이 온갖 예물을 가지고 오고,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서둘러 하나님께 예물을 드립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한국에서 기독교 신앙 생활을 하려면 공동번역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에집트에서 우두머리들이 올 것이며 에디오피아는 하느님을 향하여 손을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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