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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어여쁜 방가

by 방가房家 2023. 5. 22.
요즘 한국에서 호평받고 있는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2회는 다음과 같은 민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드라마의 미덕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 방가를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냐...
방가는 계속 천재였어, 캔디 매니아에... 재수 없었지
.
극에서 양궁선수로 나오는 방수아(최정윤)를 회상하는 홍민기(이민기)의 대사이다.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방씨가 극의 중심에서 다루어지는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방가”라는 호칭은 홍민기의 괄괄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다. 그말고 아무도 방수아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는다. 덕분에 방가가 드라마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고, 그 방가가 평소에 예뻐하던 여인 최정윤이라는 점이 나를 들뜨게한다. 내가 아는 중에서 가장 예쁜 방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작가가 양궁 메달리스트 방수아를 만들기 위해서 서향순, 김수녕을 비롯한 유명한 양궁 선수들이 모델로 참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수아라는 이름만은 어디에서 따왔는지 너무도 분명하다. 오랫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단식 배드민턴 선수였던 방수현! 나는 그녀의 팬이었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녀는 내가 팬레터를 보낼까말까를 망설이게 한 처음이자 마지막 유명인이었다. 그 팬레터의 내용(만약 썼다면)은 아마도 방씨 성을 갖고 훌륭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한 감사였을 것이다. 비록 같은 방씨는 아니라 하더라도(房家의 房氏 이야기 참조) 방씨 성을 가진 어여쁜 선수가 펼치는 플레이는 내게 너무 환상적이었다. 사실 방수현은 만년 2인자였다. 인도네시아의 영웅 수산티에 가려져서 가끔 이기긴 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마치 조훈현에게 고배를 마셨던 서봉수처럼. 나는 항상 그녀의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 했다. 그래도 1996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긴 했으니(그 때는 결승에서 수산티를 만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선수 말년은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방수현은 순한 외모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외모에 어울리는 선행을 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앙을 바탕으로 불우한 사람들을 도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최근의 그녀 근황을 검색해보니 해설도 하고 배드민턴계 인사로 꾸준히 활동하는 것 같아 좋다. 다만 내 마음 속에 어여쁜 방가로 남아있는 그녀에 대한 다음 이야기는 가슴이 찢어지는 소식이다: "남편(재미교포 의사 신헌균 씨)의 성(性)을 따라 ‘신수현’이란 이름의 ID카드를 달고 다니는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배드민턴 전도사로 활약해 왔다." (방수현 ‘배드민턴 신대륙’ 개척중)
 
한스밴드, "방가 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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