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사_자료/음악

열 꼬마 인디언

by 방가房家 2023. 5. 21.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이 노래는 북미원주민에 대한 이미지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리라.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운 노래였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춤을 추면서, 아마도 숫자 배우기라는 교육적인 목적에서 불렀을 것이 틀림없다.
위의 간단한 동영상에서 특이한 것은 흔히 한국에서 불려지는대로 “하나->둘->셋->...->열”의 숫자세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둘->셋->...->열->아홉->...->둘->하나”로 열까지 갔다가 하나씩 줄어드는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순서는 원곡의 형태를 반영한 것이다. 

위키 사전에 따르면 <열 꼬마 인디언> 노래의 원곡은 1868년의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불린 것이었다. 민스트럴 쇼는 19세기후반 미국에서 유행한 공연으로 백인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와 벌이는 쇼이다.(한글브리태니커 참조) 이 쇼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로 판단해 보건대,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오는 것은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이거나 흑인에 대한 경멸의 의미,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된다. 

쇼에서 이 노래는 꼬마 인디언 열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공연을 위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경멸의 의미이건 풍자의 의미이건 확실한 것은 이 인디언들이 수량화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대상화되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셀 수 있다는 것은 탈인격화를 의미한다. 그들은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도로를 질주하는 아해들과 같은, 몰개성화된 군상일 뿐이다. 쇼에 따라서 열 명의 인디언은 열 명의 “니그로”로 개사되어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존재보다는 숫자가 더 중요했음을 암시한다. ‘백인’은 그렇게 숫자로 셀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19세기 미국, 인디언이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헤아려졌던 시대에 만들어진 노래가 지금은 귀여운 유아용 노래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ps. “One little Indian”이 “한 꼬마 인디언”으로 번역된 것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한 꼬마 인디언”을 노래할 때 ‘꼬마’는 형용사일까, 명사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당연히 문법적으로는 형용사이지만, 노래 부르는 사람은 마치 꼬마 열 명을 세는 듯한 기분을 갖는 것(꼬마를 명사로 생각하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이 우리말 어감으로 인해 이 노래의 숫자세기 기능이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된 것이 아닐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