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이 노래는 북미원주민에 대한 이미지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리라.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운 노래였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춤을 추면서, 아마도 숫자 배우기라는 교육적인 목적에서 불렀을 것이 틀림없다.
위의 간단한 동영상에서 특이한 것은 흔히 한국에서 불려지는대로 “하나->둘->셋->...->열”의 숫자세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둘->셋->...->열->아홉->...->둘->하나”로 열까지 갔다가 하나씩 줄어드는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순서는 원곡의 형태를 반영한 것이다. 위키 사전에 따르면 <열 꼬마 인디언> 노래의 원곡은 1868년의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서 불린 것이었다. 민스트럴 쇼는 19세기후반 미국에서 유행한 공연으로 백인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와 벌이는 쇼이다.(한글브리태니커 참조) 이 쇼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로 판단해 보건대,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고 나오는 것은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이거나 흑인에 대한 경멸의 의미,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된다.
쇼에서 이 노래는 꼬마 인디언 열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공연을 위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경멸의 의미이건 풍자의 의미이건 확실한 것은 이 인디언들이 수량화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대상화되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셀 수 있다는 것은 탈인격화를 의미한다. 그들은 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도로를 질주하는 아해들과 같은, 몰개성화된 군상일 뿐이다. 쇼에 따라서 열 명의 인디언은 열 명의 “니그로”로 개사되어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들의 존재보다는 숫자가 더 중요했음을 암시한다. ‘백인’은 그렇게 숫자로 셀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19세기 미국, 인디언이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헤아려졌던 시대에 만들어진 노래가 지금은 귀여운 유아용 노래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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