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광기>는 종교와 폭력의 근원적 관계라는 저자 필생에 걸친 물음이 낳은 묵직한 책이다. 희생제의적 폭력이 종교의 근저에 놓여 있다는 르네 지라르의 종교 이론이 종교사를 이해하는데 이렇게 절실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책을 통해 납득될 수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기독교 변증으로 가버리는) 원래의 이론가 지라르보다 오히려 저자 제임스 캐럴의 입장이 더 깊이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저자는 성서 전체가 폭력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장에서 태어나다시피 한 이슬람의 가르침에서 폭력을 억제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읽어낸다. 이 문제로 평생을 고민한 깊이가 담긴 통찰이다.
꽤 두꺼운 책이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긴 역사를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을 아우르며 다루기 때문에 범위가 넓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이다. 밀도 있는 서술이 많다. 카렌 암스트롱, 레자 아슬란, 그리고 이번에 제임스 캐럴의 훌륭한 저서를 만나면서, 대학교수로 있는 종교학자는 아니지만 그 못지 않은 수준을 갖춘 ‘전문 저술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적인 역량을 집중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길이 있음을 이들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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