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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시애틀 추장 1: 기독교 추장과 인디언 영성

by 방가房家 2023. 4. 16.

시애틀 추장은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인디언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떻게 하늘을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백인들에게 항변한, 시애틀 추장의 명연설문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의 영성이 얼마나 생태학적인 지혜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글이다. 연설한 후 20년 있다가 기록되었기 때문에 진위 여부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http://blog.empas.com/tcasuk/2792070 참조), 우리나라에도 류시화를 비롯한 여러 번역으로 소개되었고, 인터넷에도 그의 연설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http://blog.empas.com/freeska/131107 참조)


많은 서구인들의 사랑을 받고, 그를 기리기 위해 시애틀이라는 도시 이름도 붙여졌다고 여겨지지만, 북미원주민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외부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의 명성이 유지되는 지역이 있고, 그를 존경하는 북미원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북미원주민들은, 그가 1840년대 가장 먼저 세례를 받은 추장 중의 하나라고 기억한다. 성서의 이름을 따 노아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는 백인 기독교인들의 절친한 친구였고, 결정적으로 원주민과 백인들이 땅을 다툴 때 백인의 편을 들었다고 한다. 북미 원주민들이 지금의 시애틀 지역의 백인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웠는데, 시애틀 추장은 미리 이 정보를 백인 친구들에게 알려주었고, 덕분에 백인들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도시에 시애틀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이유는 이 밀고 때문이라고 북미원주민들은 여기고 있다.
시애틀 추장의 무덤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정체성은 기독교인이었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인디언 영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인데, 정작 그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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