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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문헌

시애틀 추장 3: 북미 원주민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

by 방가房家 2023. 4. 16.

시애틀추장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여러 견해가 공존하고 있고, 그의 목소리라고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든 연설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그는 기독교의 외양을 가진 인디언 성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전통을 어느 정도 간직한 기독교인이었을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말 무지하게 잘하는 사람이었을수도 있다.

딱히 결론 내리지도 않을 거면서 추앙받는 현인에 잔뜩 상처만 내 놓은 것 같다. 그나마 분명한 사실은 그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 정도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라는 개념이 다시 문제가 된다. 북미원주민의 기독교로서의 정체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전통과 기독교가 어떤 식으로 융합하고 있는지,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지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위의 시애틀 추장에 관한 내용들은 비시(Christopher Vecsey)의 책 [The Paths of Kateri's Kin] 마지막 부분에서 필요한 부분을 요약한 것인데, 비시는 북미원주민의 기독교 정체성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유머로서는 썰렁하지만, 심상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이야기여서 일단 옮겨놓는다. "개종"이라는 단어에 채 담기지 않는 종교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어느 신부가 스위노미쉬 인디언에게 선교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사제가 인디언 마을에 왔다. 그는 종교의 가르침들을 베풀고 온 마을 사람들에 세례를 했다. 개종을 거부하는 한 노인만 빼고. 사제는 나중에 그 노인을 만나 결국은 그를 개종시키고 새로운 기독교식 이름도 주었다.
사제는 노인에게 따라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일요일에 미사에 참석할 것, 일요일에 죄를 고백할 것, 그리고 금요일에 고기를 먹지 말 것. 그러나, 얼마 후 사제는 그 노인이 금요일날 냄비에 사슴고기를 요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제가 물었다. “왜 생선이 아니라 사슴 고기를 먹고 있는 거죠?”
노인이 대답했다. “나는 생선을 먹고 있는 겁니다.”
사제가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노인이 말했다. “나는 거짓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생선입니다. 사슴을 죽였을 때, 사슴을 강에 집어넣고 세례를 했지요. 그래서 나는 그 이름을 생선으로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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