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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이미지

"텬로력뎡"의 토착화된 삽화들

by 방가房家 2009. 7. 13.
선교사 게일이 1895년에 번역하여 출판한 <<텬로력뎡>>은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 번역본이다. 최초이긴 하지만 번역의 수준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번역서의 가치를 돋보이는 것은 풍속화가 김준근이 그린 토착화된 삽화 42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번역의 내용과 그림들에 대해서는 상세히 살필 필요가 있지만, 우선 눈에 뜨이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입수한 영문판의 삽화를 몇 개 참고로 함께 싣는다. 내가 사용한 판본은 브로크(R. H. Brock)가 그린 도판이라고 되어 있다. John Bunyan, <<The Pilgrim's Progress>> (London: Nelson, 1678). 기본적인 내용 이해는 다음 번역을 통해서 했다. 존 바니언, 황찬호 옮김, <<천로역정 정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1. 처음에 길 떠나는 장면. 주인공 크리스천이 선교사를 만나서 방향을 지시받는 모습이다. 양반 차림의 주인공 ‘기독이’가 비슷한 차림의 ‘선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영어판 삽화와의 차이가 확연하다.

2. 가족을 떠나 여행을 시작하는 모습.


3. 여행 중간 지점부터 크리스천은 갑옷과 칼로 무장하게 된다. 전통적인 무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4. 아폴리온과 대적하는 장면이다. 아폴리온의 얼굴 부분이 파손되어 있다. (책 보관자 혹은 독자의 의도가 담긴 게 아닐까...) 이 대목에서 게일은 “용같이 날개가 있으며”(64ㄱ)라고 번역하고 있다. 동양의 성스러운 동물 ‘용’과 서양의 괴물 ‘드래곤’은 다른 존재인데, 이처럼 번역을 통해서 뒤섞이게 된다. 삽화에서는 용의 모습보다는 전통적인 악귀의 모습으로 해석되어 그려진다. 반면에 서양 판본의 삽화에는 ‘드래곤’처럼 그려져있다.

5. 주인공들이 ‘허공의 시장’에 머물렀을 때의 장면. 유럽 도시의 시장의 모습을 통해서 화폐 경제의 물신적 측면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삽화에서는 장터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훈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6. 충직이의 순교 장면은 표현하기 난감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화형 장면이기 때문이다. “먼저 채찍질하고 다음에는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난 뒤 칼로 살을 찌르고 다음에는 돌로 때리고 검으로 찌르고 마지막에는 기둥에 묶어놓고 태워버렸다.”(원문을 참조할 것) 화형의 요소는 제거하고 꽤 우리식으로 그린 처형 장면. 망나니가 목을 따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7.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를 보며 교훈을 얻는 장면이 있다. 조선의 아낙으로 번역된 롯의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8. 절망거인에 붙잡혀 감옥에 갇힌 장면. 조선 감옥의 형틀을 통해 묘사되어 있다.



9. 크리스천과 소망이 마지막으로 강을 건너는 모습. 소망이가 기독이를 일으켜 세워 함께 물을 건넌다.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이들은 천사이다. 반면에 영어판 삽화에는 악마가 뒤쫓아 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9. 천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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